당신의 사생활은 안녕하십니까?
근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흔한 질문 놀이들이 있다. 그 예시로는 '1억 주면 군대 재입대한다 안 한다'와 '같은 돈 또는 다른 고통을 주는 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런 질문들을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하고 상상했던 사람들이 남긴 대체 언어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나는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도 아닌 '사소한 일'을 하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한다면, 과연 그 유혹에 어떻게 반응할까. <안녕, 박실희!>는 그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스릴러이다.
과거 육상선수였던 실희는 취업준비생이다. 이미 여러 차례 공채시험에서 탈락했고, 결혼한다고 연락 온 친구에게 '용감한 시민상 받으면 특채를 받을 텐데',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을 텐데'하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전화를 끊고 길을 가던 그녀를 누군가가 부르며 멈춰 세운다. 풀숲에 놓여있던 휴대폰에서 들리는 남성의 목소리. 그는 그녀에게 자신은 최첨단 인공지능이라고 소개하며, 배터리가 없으니 자신을 근처 연구소로 데려다주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배터리가 다 닳으면 자신은 사라진다며 실희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한다. 실희가 그냥 돌아가려 하자, 인공지능은 그녀의 신상정보를 모두 읊는다. 당황한 실희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녀의 계좌로 200만 원의 돈을 쏘며, 자신을 데려다 주기만 하면 200만 원을 더 얹어주겠다고 한다. 2킬로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임을 본 그녀는 신발끈을 조여 메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공들인 카메라 워크다. 우선 달리는 씬이 영화의 주가 되다 보니, 단순히 픽스된 카메라가 아닌 트래킹이나 핸들워크, 특히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 비치며 달리는 씬처럼 다양한 구도에서 찍은 컷들이 인상적이다. 이 카메라 워크는 단순히 소스의 제공뿐 아니라, 두 번째 문제를 제기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컷들은 모두 일상에서 누구나 찍을 수 있게끔 존재 가능한 카메라들이라는 지점이다. 길거리의 cctv, 자동차의 블랙박스, 사람들이 모두 휴대하고 있는 핸드폰까지. 영화는 실희의 온갖 신상정보를 알고 있는 인공지능의 정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지만, 이 모든 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만한 문제라는 걸 보이며 긴장감을 더한다.
영화는 10분도 채 되지 않는 분량으로 현대인들이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각인시킨다. 너무 쉽게끔 노출되고 있는 우리의 개인정보나, 사각지대 없는 도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섬뜩함. 더불어 그중 가장 우리의 곁에 가까이 있는 스마트폰조차 그 부류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