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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Nov 19. 2021

한국판 헨리조지스트들의 위험한 망상

미국의 정치 경제학자 헨리 조지(1839–1897)는 1881년 출간한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에서 모든 세금은 토지로부터의 수익(“지대”라 함)을 전부(100%)세금으로 걷는 단일세로 하고 다른 세금은 없애자고 주장했는데 자유시장주의나 공산주의 모두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자유 시장주의 진영에서도 사적소유와 시장제도의 유지를 위해 정부의 최소의 개입은 필요하고 예산이 소요되므로 조세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조세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조세가 부과되는 활동은 기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걷기 쉽다거나 부자가 밉다고 세금을 부과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따라서 모든 경제활동에 일정한 비율로 조세를 부과해 어떤 경제활동을 하던 동일한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방법으로 경제활동에 대한 왜곡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문적으로는 경제활동에 대한 조세의 중립성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세금을 부과하는 기술적 노력이 많이 들게 될고 현대의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제도는 모두 그런 경제학적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권처럼 징벌적 과세니 뭐니 하면서 조세중립성을 파괴하기 위해 날뛰는 용맹스러운 정부도 있지만...

 그런데 헨리 조지의 토지 단일세제는 매우 단순하고 경제활동에 대한 왜곡도 거의 없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왜냐하면 토지는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준 것이고 토지의 지대(임대소득에서 건물 등 투자부분에 대한 수익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과세하더라도 토지를 덜 만들거나 파괴하는 활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토지세의 원천이 되는 지대의 총액이 정부 활동에 필요한 금액에 못미치는 경우 토지 단일세로는 충당이 안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골치덩이인 빈부격차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된다. 그러니 자유시장주의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공산주의 입장에서는 더욱 기분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토지 단일세제의 장점 정도는 이론상 문제일 뿐이고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세력인 자본가 권력의 중요 원천인 토지 소유에서 나오는 수익을 모두 빼앗으면 토지의 사적 가치는 제로가 되고, 자본주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지세로 부자들을 몰락시킨다는 생각은 빈곤층을 혁명에 동원하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발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과 같이 땅의 사용권은 인민에게 주되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경매 방식을 통해 토지 사용권을 팔면 토지로부터의 수익은 거의 대부분 국가가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조차 토지투기가 일어나는 것은 무슨 일일까? 사용권을 전매할 수 있다보니 일단 국가로부터 사용권을 산 뒤(“출양”이라 함)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행위(“전양”이라 함)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럼 전양을 막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토지는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사용되기보다 최초 출양 받은 사람이 계속하여 비효율적으로 이용하거나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면서 자기가 사용하는 것처럼 꾸미는 편법이 성행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시장주의 국가에서 헨리조지의 주장대로 지대를 100%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를 만들면 빈부격차, 불로소득이 없어지는 이상적인 아름다운 세상이 도래할까? 아마도 토지 소유주들은 임대료를 적게하고 리베이트를 받을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사람을 찾아 임대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어차피 다 세금으로 빼앗길 것이라... ). 나아가 부동산을 개발해 토지 가치를 높이는 일도 하지 않아 토지 이용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된다. 그래서 이재명후보를 비롯 현재 여권이 주장하는 것이 시가의 1%에 해당하는 토지세(국토보유세) 도입이다. 필자는 세율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상당부분 찬성한다. 다만 그러려면 기존의 재산세, 종부세는 국토보유세로 통합하고 1가구 다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도 없애야 하며,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취득세 양도소득세도 완화해야 효율성이 제고된다.

 그러나 세수는 이재명이나 여권 생각처럼 증가하지 않는다. 첫째로 지가의 1%를 세금으로 부과하면 토지 가격은 30% 가량 하락하는데 하락된 시가를 반영한다면 당초 예상만큼 세수가 늘지는 않는다. 둘째로 국토보유세도 재산세와 마찬가지로 임대에 필요한 비용으로 처리되므로 임대소득이 감소하게 되고 만일 여권의 주장처럼 한국의 토지는 거의 상위 1% 부자들이 갖고 있다면 (부자들의 소득세율은 50%가 넘으니) 국토보유세 증가분의 1/2은 소득세 감소로 나타난다. 이재명 지사가 증가분 100조로 기본소득에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50조원은 소득세 감소로 소진되니 다시 계산해야 할 듯하다. 만일 이재명 선거캠프 주장대로 재산세나 종부세를 통합한다면 재산세, 종부세 수입감소분까지 있으니 국토보유세 부과후 실제 늘어나는 세수는 30조원 안팍일 것이다. 현 여권도 그렇고 이재명 후보도 그렇고 심하게 말하면 편가르기 권력 장악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필자가 수필을 쓰기 위해 잠깐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들도 모르거나 무시해 버린다. 왜그럴까? 실제로 그들의 관심은 우리 경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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