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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Nov 28. 2021

탐욕스런 자본보다
공정, 정의 탈쓴 권력이 더 해롭다


우리 사회는 자본은 탐욕스러운 것이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권력에 의해 통제받아야 한다고 교육받아 왔다. 정치권의 “을지키기”를 비롯,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거나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서라도 규제해야 한다고 시민단체, 언론 그리고 때를 맞춰 정치가들이 큰소리로 외친다.     

 그럴까? 자본가는 탐욕스러운 악이고 권력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일까? 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근무하면서 탐욕스런 자본(기업)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아 보았고, 탐욕스런 기업들에게 관대했다는 (법률을 개정해 소비자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 형사벌을 경감하거나, 형사벌 적용을 어렵게 했다는) 이유로 권력(좁게는 검찰)으로부터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면서 소위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권력에 맞서 싸워도 보았다. 결론은 탐욕스런 자본보다 훨씬 악한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야할 권력이었다.

 대체로 권력은 자기가 한일의 결과에 무책임하고 남에게 비용을 전가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몇년에 한 번의 선거가 있지만 뭉뚱그려 심판받다 보니 잘못 하나 하나는 제대로 심판받지 않는다. 또 어지간히 잘못해도 편가르기만 잘하면 계속 군림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후보도 열심히 생각하는 일은 어떻게 편을 가르면 이길 수 있을까 하나뿐인 듯하다.      

 하지만 자본 –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편갈라 과반수에만 잘팔릴 물건을 만든다고 해서 시장에서 1등 기업으로 성공하고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경쟁력을 가진 과반수의 시장에도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와 시장을 잠식하고, 만일 기업이 계속 편가르기 하며 소비자를 무시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수 많은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는 작은 기업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될 뿐이다.     

물론 거대 독과점 기업들은 조금 잘못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지위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일부 소비자들이라고 무시해 상품들이 하나둘 경쟁력을 잃게 되면 시장에서의 지위도 흔들린다. 그리고 기업들은 정치판의 선거와는 달리 수시로 시장에서 심판받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징후가 나타나면 언제든 경쟁 기업들이 나타나 공격하게 된다. 양당을 중심으로 몇 년에 한 번 선거로 심판받는 정치권력들과는 다르다.     

 그리고 아무리 거대한 자본이라도 시장을 50%를 지배하는 일은 없다. 진보 진영, 좌파들이 악의 축으로 공격하면서 어떻게 뜯어 먹을까 노리는 삼성그룹도 자산, 매출액이든 부가가치, 고용이든 어떤 기준으로도 국민경제에서의 비중은 10%를 넘지 못한다. 정치판으로 보자면 군소 정당 수준에도 못미칠 뿐만 아니라 30대 재벌을 모두 합쳐도 어떤 기준으로든 국민경제에서의 비중은 30% 미만일 것이다. (김상조 등이 일부 논문에서 삼성그룹의 국민경제에서의 비중을 20-30%로 분석한 것들은 사기이거나 무지의 노출이다. 예컨대 국민경제 부가가치의 합계인 GDP와 삼성그룹의 매출액이나 자산을 비교하며 국민경제에서의 비중이라고 우기는 것, GDP와 비교하려면 삼성그룹의 부가가치, 자산을 비교하려면 국민경제의 전체 자산과 비교해야 하는데 제 멋대로 비교분석. 그런 엉터리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정책실장으로 앉혀 경제를 맡겼으니 제대로 되겠는가?)    

 정당이나 정부 권력이 전체 정치적 권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로 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치 권력의 집중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니 재벌의 경제력 남용에 비해 정치권의 권력 남용은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법률까지 바꿀 수 있고 괴물이 된 검찰(이제는 경찰과 나눠 갖지만) 인사권을 갖는 것도 정치권력 아닌가?     

 또한 괴물처럼 되어 버린 검찰권력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력이 키운 것이다. 정치적 경쟁자들을 억압하기 위해, 검찰이 언제든 법을 제대로 집행만 하면 감옥을 넣을 수 있는 법률을 만들고 검찰을 개처럼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고 했는데, 정권이 교대하다 보니 이제 검찰이 주인을 물어 대통령도 검찰의 인질이 되었고, 직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 이르러서는 검찰이 아예 주인 노릇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문재인 정권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검찰 개혁을 하라고 했더니 검찰 개혁을 하기는커녕 검찰 권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똑같은 짓을 하다 자신들이 물리게 된 것이다. 

 수년 전부터 강남 집값이 들썩거리더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문재인 정부는 정의와 공정의 탈을 쓰고 부자증세, 불로소득 환수를 외치지만 우선 자신들의 집권 자체가 불로소득인 점은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에 침묵한 대가로 감투를 쓴 깁부겸 총리가 불로소득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그리고 불로소득은 강남 집값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테슬라 주식에 투자한 사람에게도 있는데, 그저 편가르기에 열중해 강남 집값에만 열올리다 이제 전체 서울의 집값이 올라 강남 집값만을 공격 목표로 삼은 종부세 폭탄이 제 편이라고 생각한 강북에서도 터져버린 것이다. 만일 문재인 정권의 인사들이 비트코인이나 삼성전자, 테슬라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제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분명 주식이나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불로소득 환수의 칼을 들고 설쳤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만큼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은 정권은 건국이래 없었지만, 청년일자리든 중소기업지원이든 대기업 갑질 방지든 모든게 편가르기라는 한 시각으로 관통해 있고 제편에게 좋은 것이 공정과 정의였다.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정의니 공정이니 하는 말 자체를 입에 올리기조차 싫어졌다.

 탐욕스런 자본과 기업이 만들어낸 경제적 갈등이 끼친 피해보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 "공정과 정의"의 탈을 쓰고 행해진 해악이 훨씬 크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서 즐겨 쓴 “단군이래”라는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들이 애써 촛불혁명으로 불러온 것은 "단군이래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가장 많이 오염시킨 정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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