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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선용 Feb 27. 2022

일기예보가 다 맞는 건 아니었어

詩詩한 일기-독종

독종을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성질이 매우 독한 사람, 성질이 매우 독한 짐승의 종자라고 나와요. 여기서 "성질"이란 단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표현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명사, 결과적으로 보면 때에 따라 폭력성을 띈 단어라고 생각돼요. 물건이라면 물성이겠지요. 물건마다 물성이 다 다르 듯 사람도 사람마다 다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물처럼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 사람도 있지만, 칼처럼 날카로운 사람도 있겠지요. 아래 詩에서 나오는 빨대는 독종이예요. 빨대 자체가 가진 효용성은 우리 일상 생활에 유용한 측면도 있어요. 사람도 처음 본성이 나쁘진 않아요. 빨대는 프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지죠. 인간이 프라스틱을 개발한 것은 혁명이예요. 그런데 당초 생각과는 다르게 나쁘게 인식된 것은 결과적으로 해를 입히기 때문이예요. 굳이 빨대만 그렇겠어요? 좋은 의도로 개발된 것들이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경우가 많죠. 목적을 위한 수단이 왜곡되면 끝이 안좋더라고요.




독종



흡입력 좋은 입으로 무형의 죄를 먹는 사람들이  

노을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데요

사실은 지구가 편도염 때문에 목젖이 부은 겁니다

노동자 임금을 빨아먹은 빨대가

어쩌면 저렇게 당당하게 떠다닐 수 있을까요?

속이 빈 것은 요란합니다

빨리 취하고 싶은 사람은 소주를 마실 때 

빨대를 꽂기도 하지요

취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불법에도 과감해집니다

고래가 죽었다는 보고서를 먹이사슬이 바뀌었다는 말로 이해하면

포식자가 빨대인 것을 알게 됩니다

빨대가 독해지면 끝을 벼리고 막 달려드는데요

한 구의 고래 시신이 해변으로 떠밀려올 때

지구 목구멍은 원숭이 똥구멍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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