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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소아과의사 Mar 02. 2024

행복은 우리 곁에

소아과의사 모집합니다


우울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글을 좀 끄적이는 사람으로, 주말의 어느 시점이 되면 우울한 마음이 가실질 않아, 오랜만에 브런치앞에 앉았다. 브런치를 시작할때, 사실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정말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시점이었다. 두번째 개원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 개원은 경험과 빚을 남겼고, 이후에 코로나는 더 많은 빚을 남겼다. 꿈을 가지고 개원을 했다. 다행히 병원은 잘 운영되었지만,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발달센터로 일년간 재정적 부담이 컸다. 그리고 하루, 하루 작지만 작지 않은 일들이 쌓이면서 이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행복한 소아과 의사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외우는 주문같은 것이었다. 

나는 행복하지! 행복하지 않니? 세상사람들이 지금 다 소아과 어렵다는데, 

너는 잘 되고 있으니 행복한거 아니야? 이렇게 말이다. 



돈얘기가 쉽진 않지만, 소아과는 예전부터 원가보전율이 70%인과였다. 한사람을 보면 30%가 손해를 보는과라는 거다. 그럼 도대체 소아과의사들은 돈을 못버는거냐고하면, 결론적으로 돈을 못버는건 아닐거다. 개인이 가져가는 돈은 그렇게 적진 않지만, 그걸 벌기위해 드는 에너지와 시간이 적지 않다는건 맞다. 

진료 보기위해 드는 인력과 장비, 에너지가 다른과에 비해서 현저히 높다. 

내 생각엔, 진료 수가를 올려주면, 지금보다는 좀더 아이들을 하나하나 

시간을 늘려서 볼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게 환자와 의사, 정부가 모두 원하는 것일텐데, 과연 숫자만 늘린다고 그 일이 해결 될지 의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다보면 진료 보는 대상이 어린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의도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해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거나, 섭섭해지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진료오시는 분들이야, 저 의사 양반이 뭐가 아쉽겠냐라고 생각하실수 있겠지만, 그 의사양반들도 사람인데, 마음이 어찌 착찹하지 않으랴. 

솔직히, 미용으로 전환하시는 선생님들 마음 정말 백번 이해한다. 

그런마음으로 이 브런치를 쓰기 시작하고 

그렇게 반년정도가 흘렀다. 

내 책상에도 항상 뽀로로 밴드랑 도장이 있다고! 


어느날 난 정말 행복한 소아과 의사가 되어있었다. 덕업일치가 무엇인지 몸소 겪고 있다. 진료실에 아이가 손을 벌리고 들어오면 나도 손을 벌리고 반긴다. 안아 들어올리고 진료를 잘 보면 도장을 찍어주고 잘했다고 꼭 안아준다. 엉엉 울다가도 엄마에게 안겨 나가며 뒤로 돌아 나를 보며 안녕을 해준다.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이 피로를 녹여준다. 1년전 뇌진탕으로 걷는것조차 힘들었던 아이가 어느날 훌쩍커서 쟤 누나만큼이나 커 오는 순간, 걷는게 어설펐던 발달센터 친구의 걸음 순간과, 감각이 무지 예민했던 아이가 혼자 진찰을 보던날의 기억들, 그리고 그걸 너무나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모습. 20개월도 안되었지만, 자신이 해낸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설아의 눈빛은 잊을수가 없다. 

우리 직원들은 어떤가. 때때로 어려운 부모님들과 다소 쎈 단어로 대화를 나누어 나를 곤란하게 하지만, 아이들을 너무 예뻐하고, 점심식사시간에 아이들 이름을 얘기하면 오늘 얼굴이 어땠으며, 옷이 어땠는지, 머리가 어땠고, 어떻게 귀여웠는지 얘기를 나눌수 있는 사람들이다. 직원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아이들을 너무 예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문으로 들어오면 누구인지 바로 알아봐주는 그런, 동네 병원이 되었다. 


너무 작아서 소중한 발달센터는 어려웠던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간다.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간다. 여기에서 용기를 얻어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하고, 더 커가고, 그래서 어느날은 갑자기 우리에게 반항도 한다. 우리는 그 아이의 반항을 들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이제, 그럴 힘이 생겼구나, 그럴 생각이 생겼구나, 이제 졸업의 날이 다가오고 있구나!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구름다리를 건너고, 말도 못하던 아이가 노래를 부르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아이가 밝게 웃으며 뛰어온다. 나는 센터장인 동생과 출퇴근을 같이 하는데 우리는 오가는 두시간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즐거워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울며 기뻐한다. 그들은 우리의 노래다. 우리의 춤이다. 

진료할때 실제로 이렇게 웃어준다 >_<

지금의 절망을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의사들이 그만큼 무식해서 설명할 말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성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극히 정성을 다하면 세상을 바꿀 수있다는데,우리는 이미 그것에 실패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슬픔은 내가 소아과 의사라서 생긴 슬픔은 아닐거다.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겠지,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해온 이웃이라는 걸. 나는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도 공부를 위해 앉았다. 이 공부가 나의 부를 늘릴 것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는 멈출수가 없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기꺼이 이익을 포기하고 열심히 지역사회에서 의료인의 길을 가시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들을 많이 알고 있다. 나는 그분들을 나의 동료와 선배로서 정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다만, 이후에 의사가 될 사람들이 이날의 어려움과 고통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후에 의사가 될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똑똑하고, 더 공적인 의무감이 많아 정의로운 의사가 되어주길 바란다. 

특히, 소아과 의사는 우리 아기들 더 잘 봐주길 바래본다. 이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지켜주고, 아프지 않게 해줄 의사들이 우리나라에 계속 있기를 기도한다. 나는 이렇게 행복하니, 부디 이 글을 읽는 어떤 누구라도 소아과 의사를 희망하는 분이라면, 결코 헛된일이 아님을 알아주시길, 당신은 미래를 키우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소망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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