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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Mar 21. 2023

봄날의 어설픈 산타

주고받는 즐거움

  주문하지 않은 택배가 도착했다.

  주말 아침 외출을 나가려는데 현관 앞에서

택배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받는 사람을 보니 나와 아내의 이름이 아닌 이제

200일 되어가는 딸의 이름으로 온 택배였다.


순간적으로 잘못 온 택배인가 싶었지만 받는사람

이름과 내용물을 유추해보았을때 우리집으로

제대로 배송된 택배물이였다.

아내와 나는 우선 택배 박스를 넣어두고

외출을 하며 ‘누가 택배보낸다고 했었어? 누구지? 누난가?‘ 라며 추리를 시작했고

문득 ‘혹시... 000?!‘ 라고 외쳤다.

왠지 두번째 짐작이 맞을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지만 확신하진 못한채

긴 외출 후 귀가하게 되었다.


귀가하는 길 다른 친구로부터 아들 장난감인 로보카 폴리를 보냈냐며 연락이 왔다.

평소 작은 선물들을 자주 하던 터라 친구는 충분히 나로 짐작했을 법 했다.

순간 아! 짐작이 맞았구나 확신하며 친구에게 나도 아침에 딸 이름으로 택배가 하나 왔었다며

아마 000인 것 같다고 했다.


  000은 우리의 단짝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 아내에게서

아들의 깜짝 선물을 받고선 감동받았다며

언젠간 본인도 꼭 깜짝 기쁨조를 해보겠다고

큰 소리를 쳤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짝 친구들에게 자신의 감동을 나눠주기 위해 바로 실천 한 듯 했다.

시간 텀이 얼마 되지 않아 서프라이즈 치고는

너무 쉽게 들통나는 전략이였지만

그래도 친구들에게 작은 마음을 선물한

 그 마음이 따뜻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 크기가 어떻든

어릴때 종종하던 우리의 작은 주고받음,

오랜만에 나눔을 실천하며

즐거움을 느꼈을 친구를 생각을 하니

미소가 번졌다.


학창시절부터 소소함에

행복을 느끼곤 하던 친구라

나도 큰 선물은 아니더라도

종종 작은 마음들을 표현하며

서로 즐거워 하곤 했었는데

어른이 되어가고 서로 가정을 꾸리다보니

자연스레 드문해지던 참에

아내가 나를 대신해서

친구에게 이런 소소함을

선물 한 것 또한 고맙게 느껴졌다.


더구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이어지는

육아로 인하여 장시간 휴직중인

친구에게는 이런 소소함이

그 어느때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을 것이다.

같은 입장인 아내가 친구인 나보다

오히려 더 이런 부분을 파악했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도 되었다.


(애니웨이)

우리는 비록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지만

삶속에서 이런 작은 마음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알기에 이를 실천하며

인생의 소소한 가슴벅참과 함께

분명 더 행복해 질 것이라 확신해본다.


머리를 언제 내밀어야하나 하고 있는

알록달록 꽃봉오리들과 함께

뜻밖의 작은 선물로

봄날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어설픈 산타 친구야 고맙다.

오늘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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