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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Feb 26. 2022

진정한 위로

주차비는 내가직접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아버님이 작고하시어 조문을 가게 되는일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해 상을 치르는 과정은 고인에 대한 예의를 다 갖추기 어렵게 만들었다. 유족들은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장례식장에서도 쉽게 받아주지 않아 장례를 치르는 일도 어렵게 만들었다.


  나라면 이런 상황이 슬픔보다 너무나 화가 났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동료는 처음 겪어보는 장례준비를 혼자서 동분서주 하며 준비하고 부고 사실을 알렸다. 물론 이런 상황에 부고 소식을 전하는 동료도 소식을 접한 지인들도 모두 서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소중한 지인의 가족이 장례를 치르는 일이기에 조문 가는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가다보면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는 행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처럼 따라 다니게 되는데 우리는 그 과정에서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며, 관계의 중요도를 따져 참석을 할지 말지 결정하곤 하게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순간에 나의 즐겨찾기로 들어온 동료의 슬픔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고 기쁨을 나누면 두배가되고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데 나도 처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니 기쁨보다는 슬픔을 나눠주는일이 훨씬 의미있고 중요함을 느꼈기 때문에 위로의 마음만 보낼 수는 없었다.


  퇴근 후 방문한 장례식장은 코로나로 인해 한산했고 동료는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이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도 얼굴만 보고오려 했는데 한산한 장례식장에 좀 더 동료와 함께 하고 싶어졌다. 동료의 표현되지 않는 슬픔이 무언지 알고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게 해줄지 잘 알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또한 장례식장에서의 식사는 고인의 마지막 대접이라고 하기에 꺼려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조문객이 없는 틈을 타 동료가 테이블로 왔다. 역시나 오자마자 잔소리를 시작하는 동료였다. 반찬을 다먹었네 마네 이게 넘어가네 마네 동료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 따뜻함의 표현은 방식이 조금 서툴긴 하지만 내스타일에는 딱 맞는다. 동료의 잔소리아닌 잔소리와 갈굼!?을 듣는 순간 식사를 하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동료는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 현재 상황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이야기를 한참 하다보니 다른 부대원들이 도착했다 워낙 부대에서 통제를 심하게 하다보니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오진 못하고 밖에서 인사치례정도만 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오고가는 부대원들을 붙잡고 동료는 맨정신으로는 못있겠다며 같이 술 마셔줄 동료를 찾았다. 하지만 다들 사정이 있고 먼걸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알기에 동료는 부대원들을 돌려보냈다. 나또한 마음만은 같이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제법 오랜 시간을 함께 있었다. 오가는 다른 동료들까지도 같이 다 보내고 발걸음을 돌려 나오려는데 주차요금 정산기가 내앞을 가로 막았다. 순간 번뜩 오늘 밤 동료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났다. 주차 요금증을 받아 올 수도 있었지만 우선 주차요금을 내 돈으로 정산한 후 주차요금 사진을 찍고 집에 온 후 동료에게 주차요금 사진과 내가 직접 요금을 지불했다고 생색을 내며 위로의 말들을 전했다.

  나의 행동에 의아해 할 수 있지만 밤새 맨정신으로 못있을 것같다던 동료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는 나만의 위로 방식이었고 동료에게는 100% 통할 것을 알았다. 나 또한 경험을 해본 바 누군가의 연락 한통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기 때문에 어이없어하며 피씩 거릴 동료가 잠시나마 힘듦을 잊길 바라며 건넨 위로였다. 그리곤 이후엔 그걸 가지고 엄청나게 놀려대며 떠들 동료를 상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례가 마무리 되기 전부터 동료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며 잔소리를 해왔고 장례가 모두 마무리 된 후 지금까지도 ‘세상에 어떤 사람이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주차요금 개인돈으로 냈다고 생색을 내냐”며 내 인성을 지적하며 폭로하겠다고 귀여운 협박을 하곤 한다.


  그리고 나만의 위로 이후로 동료의 핸드폰에  이름은 ‘주차비 등록되어있다. 우리만의 애정표현이며  친근함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매번 서로의 대화에 서로 물고 뜯고 험담하고 지적만 가득한듯 하지만  속에서 우리만 아는 따뜻함이 묻어있어 좋다.  몸이 떨어진지 제법 되었지만 매일같이 연락하동료와의 관계가 나는 앞으로도 기대 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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