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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바람 신여사 Feb 23. 2023

비빔밥

오늘도 비벼진다.

아침 7시. 95번 버스엔 새파란 시금치 교복을 입은 중학생도 타고,

나른하게 볶아진 할머니 고사리도 탄다. 

버스곽에 들어찬 우리는 강변역까지 왼쪽 오른쪽 골고루 비벼진다. 

이리저리 비벼진 비빔밥을 한 수저로 듬뿍 떠서 광나루 지하철로 밀어 넣는다.


지하철에서 우리는 또 비벼진다.

바짝 마른 무말랭이를 만난다. 

양볼이 패인 무말랭이는 뻣뻣한 다리로 간신히 서있다. 

미끄덩한 묵도 있다. 맨질맨질한 팔다리에 닿기라도 하면 함께 넘어질 것 같다.

누구도 뭉치기 싫지만 어림없다.

뒤섞인 땀이 참기름처럼 번들거린다.

30분은 더 비벼져야 탈출할 수 있다. 


파란색을 떠올린다. 바닷물이 좋겠다.

초록색을 떠올린다. 대나무가 좋겠다.

큰 양푼에 담는다. 귤이든 레몬이든 신맛을 짜 넣는다.

먹다 남긴 소주에 어제 보던 예능 프로,

저녁에 만날 그 사람까지 한 데 넣고 신나게 비빈다.

시뻘건 얼굴들 사이에서 벗어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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