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자

 삶의 동행자라고 하면 가족이나, 친족을 떠올린다. 하지만 내게 있어 삶의 동행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가족이 동행자라고 굳게 믿던 내 신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을 사랑했다. 언제나 내 편이었던 어머니, 인생 멘토였던 아버지, 코드가 맞는 조력자 누나.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늘 함께했고, 조언을 통해 기운을 북돋아 주었고, 힘들 땐 책임지며 먹여 살리겠다고 했다. 그 시간이 영원할 거라 믿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바위 같았던 나의 신념이 처음 금이 갔다. 아니 크게 균열이 일어나 부서졌다. 내 정신적 보금자리가 사라지자,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현실의 고통을 어루만져 줬던 엄마와의 동행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누나에게 더 의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 고통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쓴소리만 했다. 곪아가는 속을 뒤로하고, 그들의 말을 듣고 행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신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족에게 빌붙어서 살길 원했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순응하며 살았다. 동행이 아닌 편승하길 원했다.

 결국 나는 걸음을 멈춰버렸다. 의지했던 삶의 동행자였던 누나는 집을 떠나 홀로서기를 했고, 이끌고 가려했던 아버지는 내 손을 놓아버렸다.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기 싫어 방 안에 웅크리며 하염없이 가상의 세계에 빠졌다.

 내 스스로가 답답해 정처 없이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동네 있던 작은 책방. 두려움 반, 용기 반으로 문을 열고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내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그제야 나는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 완벽한 타인들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렇게 나는 삶이라는 레일에 다시 올라섰다.

 이제는 스스로 앞을 나아가고 있다.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주변을 살펴본다. 인생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동행자들이 보인다. 그들과 함께 걸어본다. 따라가기보다 같이 호흡하며 걸어가 보려 한다. 동행은 혈연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과 의미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동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