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질문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답도 동문서답을 한다. 그리고 말은 왜 그리 끄는지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겉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책방 사장님께서는 티가 많이 난다고 하신다. 그만큼 나는 좋게 생각을 안 했다. 늙고, 초라한 그녀가 독서 모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의 궁금증은 시간이 지나며 풀리게 되었다.
그녀에 대한 소문을 알게 되었다. 파독 간호사로서 열정 넘치게 일하던 시절이 있었고, 결혼 이후 소극적으로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처음 책방에 왔던 날이 기억난다. 자녀와 같이 온 그녀는 계속 등 뒤에 숨어있었다. 독서 모임을 하고 싶었던 마지막 남은 용기를 냈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연민이 생겼다. 최대한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 그녀가 이곳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혼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독서 모임 식구분들이 모두 놀랐다. 남편분의 인도 없이는 산책조차 하지 않았던 분이었다.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한 걸음을 뗀 그녀를 모두 환호해 주었다. 그녀에 대한 선입견이 점점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독서 모임은 4년째를 맞이했고, 그녀는 이 시간을 늘 기쁜 마음으로 방문한다. 인사 한번 없던 그녀가 이제는 모임 식구들을 먼저 반겨주신다. 같이 토론하거나, 얘기를 들을 때는 노트를 펴서 계속 필기한다. 누구보다도 제일 많이 글을 쓰시는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하고, 이 시간을 즐기는 데 온 신경을 쓴다는 게 느껴진다. 숨을 쉰다는 것. 죽어 있는 목석과 같은 그녀가 이제는 생기가 느껴진다.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감사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나 또한 그녀를 통해 삶이 변화되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내 생각은 그녀를 통해 바뀌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임을, 그녀를 통해 깨달았고, 나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변화됨을 느꼈다. 다른 이들의 사랑도 중요했지만 내가 변화되고 싶은 굳은 의지가 없었다면 긴 시간 걸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를 보며 나는 인생에 대한 희망과 기적을 경험한다. 첫인상과는 많이 달라진 그녀가 삶을 즐기고 있다는 걸 느낀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그녀의 기도가 이루어졌고, 그것을 향해 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변화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는 그녀가 독서 모임에 오는 걸 기다린다. 달라진 여사님은 어떤 말을 전해주실지 기대한다. 이제는 귀를 기울이며 말을 듣는 것이 즐거운 독서 모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