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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질문이 키워내는 하루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와 마음에 내려앉는 물음표들

by 이윤지

“엄마,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게 뭐야?”


공원을 향하는 길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가 물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황혼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문득 저 멀리 산등성이가 생생하게 펼쳐진 듯했다. 아이의 말대로 태양은 뉘엿뉘엿 산줄기를 따라 느릿하게 저 산을 넘어가는 것만 같았다.


“응. ‘뉘엿뉘엿’은 해가 지면서 저 산을 넘어 사라지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야. 그런데 듣고 보니 말이 참 예쁘고 재미있다. 그치? 뉘엿뉘엿 뉘예뉘예”


갑자기 뉘엿뉘엿은 뉘예뉘예가 되었고, 엄마의 유치한 웃음 코드에 고맙게도 격하게 반응해 준 든이의 빵 터진 미소에 내 마음도 해질녘을 담은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엄마, ‘놨다’랑 ‘놓았다’랑은 뭐가 달라?”

“‘놨다’는 ‘놓았다’의 줄임말이지? ‘하였다’를 ‘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응 엄마! 근데 중력이 2.5배 높아지면 점프할 때 뭐가 달라져?”


그네 위에서 날아온 뜻밖의 물음은

순간 내 마음을 우주 끝까지 데려다 놓았다.


지구 한가운데를 꾸욱 눌러도 보고 이리저리 기울이며 시공간을 상상하다 보니 어느덧 저 높은 별나라로 올라가 지금 여기, 함께하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다보는듯했다.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오는 아이의 물음표.

그 씨앗이 마음밭에 내려앉아

나를 자라게 하고 작은 통찰을 키워낸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일상에서 ‘대화의 힘’을 감사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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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10월의 시작이네요^^

시간이 참 빠르구나 싶으면서도

주홍빛 가을녘에 반가운 설렘이 함께합니다.

모쪼록 민들레 홀씨처럼 다가오는 선물을 마주하며

일상의 크고 작은 꽃을 피우시는

뜻깊은 가을 열어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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