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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냥 놔둬도 돼.”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

by 이윤지

두 아이와 채워가는 하루.

둘째가 꺼내온 모래놀이가 온 거실로 퍼지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쏙 빠져 있을 때

저쪽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허리를 숙여 청소를 돕는 형아의 등에 동생이 점프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첫째가 힘들 것 같아

연신 내려오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내려와. 형아 힘들어. 너네 그러다 다친다~!”

그런데도 첫째는 간지러운 듯 웃기만 하며 말했습니다.

“엄마! 난 괜찮아. 그냥 둬도 돼!”


모래점토를 하얀 눈처럼 던지며 놀던 둘째 덕분에

청소는 길어졌고, 거실이 깨끗해진 건 꽤 시간이 지난 뒤였는데요.

그사이 두 아이는 또 김밥놀이를 하듯

대굴대굴 굴러다니며 신이 났습니다.


다섯 살 차이가 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형아에게 도전하며 장난을 치는 동생.

그런데 둘이 어찌나 잘 노는지,

면서도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밤에 불을 끄고 아이들과 누워 이야기를 나누다,

첫째에게 물었습니다.

“동생이 자꾸 덤비고 까불면 힘들지 않아?”

“힘들지. 근데 재밌어! 크크크.”

“그게 재미있어? 아프진 않아?”

“응. 너무 재밌어. 그러니까 그냥 놔둬도 돼.”

“그럼 혼자 노는 게 좋아, 동생이랑 같이 노는 게 좋아?”

“같이 노는 게 좋지! 힘든데 재밌어, 하하!”


아쿠 그제야 아이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세계의 질서는 내가 상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겠구나.

가끔은 내가 자꾸 ‘뭘 해야 한다’며 개입하는 대신,

안전과 규칙의 큰 틀 안에서 ‘내버려 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배습니다.

내가 하려는 조언에는

편견이 담겨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빠의 베개 공격에 날아가면서도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두 아이를 보면,

"도대체 뭐가 재밌지?" 싶다가도

‘아, 남자들의 놀이 방식이란 게 이런 거구나’

웃음이 납니다.


“그냥 놔둬~~”

우리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육아 방식,

오늘 또 한 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모쪼록 따스하고 평안한 가을날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ㅡ^

함께해주시매 오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이와함께자라는엄마 #육아에세이 #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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