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고 싶어져서 씁니다.
무려 90번 가까운 도전 끝에 가질 수 있는 브런치 작가라는 명함.
나도 남 부럽지 않은 브런치 작가이다.
남들보다 다소 힘겹게 합격했기에, 남들보다 조금은 더 열심히일 줄 알았다.
끝이 아니라 이제 나도 '출발선'에 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일 줄 알았다.
정확히는 며칠은 그랬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힘들지만 만족했다.
감사하게도 어디에 노출이 됐는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조회수도 경험해봤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난 그 출발선에서 몇 걸음 나아가지 못했다.
앉아서 글 쓰는 습관까지 잃어버렸으니 어쩌면 더 뒤로 간 걸지도 모른다.
브런치에 도전했을 땐 어떤 맘이었을까?
도대체 어떤 맘이었길래 90번씩이나 도전하면서도 계속할 수 있었을까?
그때도 분명 글쓰기를 소홀히 한 적도 있었고, 멀어진 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땐, 글쓰기의 'Mute(무음)'버튼을 눌렀다면
요즘은 'Pause(멈춤)'버튼을 누른 기분이었다.
그땐 완벽히 글을 쓰지 않아도, 계속 조금이라도 쓰고 또 짧게라도 썼는데, 요즘은 그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자꾸 미완의 글쓰기를 반복하며 괜한 부담감에 글을 지우기만 했더니
아예 글쓰기가 두려워지더니 브런치의 여백 화면이 싫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목표는 브런치가 아니라 글쓰기라고 계속 말했지만,
긴 도전 속에 어느새 브런치는 하나의 목표점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나 변명을 가져와 붙여도 난 안다.
그저 글쓰기에 대한 내 맘이 변화하였다는 걸.
그럼에도 다시 이렇게 또 여백을 글로 채우려 앉아 있는 이유는 뭘까?
브런치에 도전하면서, 글쓰기에 대해 거창한 이유를 붙여놓기도 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 책상 앞엔 글쓰기에 이유가 붙어있다.
1. 나를 찾기 위해서
2.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3.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서
∴나답게 행복하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 내게 내가 글쓰기의 이유를 다시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때와 달리 거창하진 않다.
모른다. 그냥 다시 쓰고 싶어 져서 쓴다.
이 정도일까?
이렇게 다시 내 글쓰기의 Play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사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의 가장 진솔한 마음 아닐까?
목표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싶어서 쓴다.
음악이 듣고 싶어 지면, 별 다른 생각 없이 음악 Play 버튼을 누르듯
글이 쓰고 싶어지니 쓴다.
쓰다 보면 또 욕심도 생기고, 목표도 생기겠지.
일단은 쓰고 싶으니, 다시 글쓰기의 Play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