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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by 아름다움이란

어린시절 읽던 동화를 다시 읽어봅니다. 그 안에 담긴 삶의 지혜가 이제야 눈에 들어와 책장을 더디게 넘깁니다.


01화 토끼굴에 들어갈 용기

02화 나는 누구인가 : 변화하는 자아에 대하여

03화 시간의 주인이 되어 에 이어




여러 기괴한 인물들과 만나면서 혼란에 빠진 앨리스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체셔 고양를 만난다. 그는 몸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얼굴에 특유의 웃음을 띠고 있었다.


-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 "그건 네가 어디에 가고 싶은지에 달려 있어."

- "나는 어디든 상관없어..."

- "그렇다면 어느 길로 가든 상관없지. 오래 걷다 보면 결국 어딘가엔 도착하게 될 거야."


이것은 목적 없는 상태를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아직 어떤 길이든 갈 수 있다는 열린 상태를 말한다. 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답을 쉽게 찾지 못하기에, 방황의 시간을 겪게 되지만, 그렇다고 방향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길을 걷다 보면 때론 단절되기도, 더 많은 길과 연결되기도 한다. 단절된 길이라면 다시 방향을 틀면 되고, 여러 갈림길 앞에서는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머뭇거리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지만 그 안에서 예측하지 못한 뜻밖의 풍경을 만나기도 하니 모든 길은 신비롭다.


논리와 질서로 작동하던 현실과 달리, 이상한 나라는 모순되고 불합리한 규칙으로 가득했고, 그 속에서 앨리스는 기존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스스로 해석하고 반응해야 했다. 그녀가 이상한 나라에서 만난 기묘한 인물들과 상황들은 그녀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켰고 스스로 자아를 찾아나서는 동기를 주었다.

이 모든 만남은 앨리스에게 정체성, 판단, 권위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며, 그녀가 단순한 소녀에서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존재로 성장하게끔 이끌었다. 길 잃은 방황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여정이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목적을 향해 가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신만의 본질을 구성해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방향을 알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은 이미 의미 있는 삶의 일부이며, 방황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그러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더라도 멈추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가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때의 희열을 느끼길 바란다.


머뭇거리지 말로 그냥 한 걸음 내디뎌보고, 그 길에서 뜻밖의 자신을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훗날, 아주 먼 훗날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나는 아마 이렇게 이야기하겠지요.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지요.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답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도 양갈래 길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과감히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국 끝까지 가 봐야만 알 수 있기에 화자는 걸었고, 그 길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실제의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하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삶은 우리가 어떤 길을 걸었느냐보다, 그 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당신이 가고 있는 이 길이 훗날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던 길'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 길은 옳았던 것이다.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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