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춘춘

by 소진

늙은 고양이가 마당에 있어서

나는 일없어도 현관을 나선다

춥고 더운 날에도

고양이는 거기 있기 때문에

나는 계절을 느낀다

고양이는 바쁘고 나는 한가해서

고양이가 나를 부르는 것보다

내가 고양이를 더 많이 부른다

늙은 고양이가 침을 흘려서

수의사가 이빨을 뽑는다

검게 썩은 어금니가 하나씩

뽑혀 나올 때마다

내가 대신 소리 지른다

항생제를 먹는 고양이의

털이 빠지고

털이 빠진 자리에

살갗은 차가워져 간다

이번 해를 넘기지 못하려고

고양이는 내내 겨울을 거닌다

푸른 시선 끝에 새들이

작은 별처럼 하늘에 퍼진다

낮에 뜬 검은 잠

하늘에 까맣게 쏟아져 내린다

고양이는 태연하고 나는 불안해서

영하의 밤마다 고양이를 창고에 가둔다

고양이가 비어버린 자기 몸 한 켠을 핥는다

하염없이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