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나의 취향
요즘 물가가 정말 비싸다. 비싸다 못해 미쳐버린것 같다. 사실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던 적은 없지만, 특히 식재료 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농사지으시는 시부모님 덕에 꽤 많은 식재료를 공수해 먹고, 식비방어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음 놓고 썼다가는 생활비 예산이 금세 바닥나 버린다. 그래서 매일 식비도 기록해 보고, 외식도 배달도 줄여보려 노력 중이다. 삼시세끼 먹는 식사야 그렇다 치더라도, 간식으로 즐겨 먹는 과일값이 복병이다. 우리 가족 모두 과일을 좋아하기에 냉장고에 과일은 부족함 없이 채워두는 편인데, 요즘은 몇 번을 고민한 다음에야 사게 된다. 자주 장을 보는 온라인 마켓에서 무농약 블루베리를 100g에 8천 원이 넘는 가격에 판다. 100g이라고 해봐야 씻어서 내어주고 주방에서 돌아 나오는 사이에 사라질 만큼 적다. 그러다 우연히 집 에서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묘목상태로 키우면 누구나 수월하게 키울수 있다고 했다. 그 순간 결심했다.
검색해보니 3년 이상 자라 올해 열매를 수확해 먹을 수 있는 나무를 파는 농장이 있었다. 그 길로 바로 묘목 두 그루를 주문했다. 배송비까지 약 4만 원. 주문을 할 때 화분과 흙은 따로 사야 하는지 모르고, 덜렁 나무만 오는 바람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또 어찌어찌 해결을 하였다. 화분과 흙까지 2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 블루베리 100g에 8천 원이니, 750g 이상만 나오면 투자비를 넘어선다. 그렇게 블루베리 나무와 함께 살게 되었다.
작년에 다이소에 들렀다가 방울토마토 키우기 세트를 사다 심었는데, 난 그게 진짜 싹을 틔우고 자라 열매를 맺을 거란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무려 한 개가 달려서 우리 아이의 입에 쏙 들어갔더랬다. 그 걸 신기해하는 나를 우리 남편은 더욱 신기해했다. 흙에 씨를 심어서 싹이 나고 자라는 게 뭐가 신기하냐고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 과정이 정말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평생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그 정도로 농사도, 식물 기르는 일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나와는 달리 용두리 배나무집 막내아들과는 여러모로 좀 다르지만... ㅇㅇ리 과수원집 막내아들인 남편은 나름 농사경력직이다.
농사경력직인 남편과 온 지 하루 만에 언제 따먹을 수 있냐고 조르는 아들, 그리고 일단 저지르기 대장 나와 함께 한평 남짓한 베란다에서 블루베리와 동거가 시작되었다. 반가워 블루베리야. 건강하게 쑥쑥 자라, 우리집의 식비도 건강도 지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