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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Jun 16. 2024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자세 : 텃밭농부가 되어보기

지극히 사적인 나의 취향

https://brunch.co.kr/@6a3aa77860084f9/110


2주 전에 발행한 글에 미쳐버린 물가덕에 블루베리 나무를 직접 키우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저지른 (?) 일이 있다면 뒤늦게 주말농장을 덜컥 계약했다. 세고랑, 10평 남짓한 땅이지만 이곳에 무엇을 심고 길러서 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난생처음 시장에 들러 밭에 심을 모종을 사보았다. 몇 가지만 사려고 했는데 담다 보니 일이 너무 커졌다. 아, 몰라 일단 해보는 거지 뭐 ㅎㅎ


상추, 참외, 수박, 고추, 오이, 가지, 부추, 대파, 방울토마토, 고구마, 옥수수, 들깨, 땅콩까지 작고 귀여운 친구들이 우리의 열 평 남짓한 작은 밭에 줄지어 섰다. 잡초도 뽑고, 돌도 골라내고 남들보다 늦은 만큼 한 며칠을 부지런 떨며 작물을 심고 물을 주었다. 진짜 농사의 ㄴ자도 모르는 나는 다소 비실비실해 보이는 작고 귀여운 모종들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굵어지고 키가 자라는 모든 과정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심고 물만 주면 될 줄았는데... 수시로 잡초도 뽑아야 하고, 온갖 병충해에 대비도 해야 하고, 지지대가 필요한 작물들은 지지대도 세워주어야 하고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거 클릭 몇 번이면 손쉽게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이, 시부모님께서 매번 택배 상자 가득 보내주시는 식재료들이 이렇게 수고롭고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쳐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숙연해진다.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은 텃밭농사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천연재료로 진딧물 제거하는 법, 비료 주는 법, 새순 치는 등등 ㅎㅎ 겁 없이 덤벼들기엔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것도 무척이나 많다. 예전이라면 그저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 일인데 다른 사람들 밭에 심어진 농작물을 유심히 보며 다니게 되었다. 튼튼하게 잘 자란 작물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마저 든다. 역시 뭐든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가 보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해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전쟁, 이상기후 등으로 식재료의 가격이 나날이 높아지고, 그 영향을 일상 속에서 고스란히 느끼며 살고 있다. 흔하게 먹던 식재료들 가격이 몇달새 폭등하기도 하고, 구하기 조차 어려워 질때도 있다. 어쩌면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더 자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이런 시점에 스스로 무엇인가를 직접 키워 먹는 일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작물 모종 몇 개 심어놓고 자급자족의 삶을 논하기엔 너무 갈길이 너무 멀고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다가올 삶의 문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마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오늘도 비장하게 감히 내 텃밭을 점령한 잡초들을 솎아 내어 본다.


진딧물이 잘 생기는 오이 아래에 들깨를 심어두면 그 향때문에 진딧물이 덜 생긴다고 한다. 상생식물!
오이도 호박도 넝쿨로 키우는 작물이라 지지대가 필요하다는 것도 처음알았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야, 반갑고 고마워 잘 부탁해 !
쪼그맣게 호박이 달렸다. 신기하고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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