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쓰기 알바를 했다. 글쓰기 알바라고 하니 좀 거창하지만, 그 사람의 블로그에 마치 그 사람이 글을 쓴 것처럼 대신 글을 작성하고 올려주는 일이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호기심과 혹시 연결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일 때문이었다. 이 일을 잘 배워서 뭔가 새로운 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시작했다. 일 방문자가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블로그를 나름 운영도 해봤고, 공개적인 글도 제법 써봤다. 살짝 어그로성 제목 덕분에 브런치 메인에도 종종 오르던 나 아닌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거득차 일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일감을 받을 때는 참고할만한 글이랑, 주제며 상세한 가이드도 전달받았다. 이런 맥락으로 비슷하게 쓰면 되겠거니 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일단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정보를 담은 글이었기에 그 분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으면 매끄럽게 쓰기가 어려웠다. 처음에 무작정 써서 제출한 글에 엄청난 피드백을 돌려받은 다음에는 '이거 못쓰겠어?' 하고 시작한 내 마음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이 일은 한건을 통과하면 얼마씩 책정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한두 시간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하루 종일 매달려야 겨우 한편을 써낼까 말까였다. 그 덕에 시급이 몇백 원 단위로 떨어지고야 말았다. 진짜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하게 되었다. 그만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는 의뢰받은 글을 쓰면 쓸수록 내 글에 대한 의심, 나의 능력치에 대한 의심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 마저 파사삭 무너지는 것을 도무지 견디기가 어려웠다. 부족한 점 투성이인 나의 글을 보고 있자니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낯이 절로 뜨거워졌다.
글을 쓰고 나서 왜 퇴고를 해야하는지, 어떤 글이 가독성이 좋고 설득력이 있는 글인지, 사람들이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것은 도움이 될 만한 일인것 같다.
어쩌면 글쓰기로 밥을 벌어 먹고 살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나의 오만함을 이곳에 기록으로 남겨본다.
여전히 어떤 글을 써야할지, 정말 글로 밥을 벌어 살고 싶은지, 왜 글을 쓰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날은 너무 명확했다가, 어떤날은 너무 흐리멍텅했다가 이랬다 저랬다 한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아직은 멀었다.더 부단히 읽고 더 부단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