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호랭이 Jan 03. 2024

님아 나를 오빠라고 부르지 말아다오.

일상의 발견

얼마 전에 남편이 유튜브링크를 하나 보내왔다.

"이거 남일 같지 않아. 꼭 봐"


무슨 소린가 싶어 영상을 보니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외국에서 찍은 영상이었는데, 어느 부부가 나온다. 아내가 경직된 목소리로 남편의 풀 네임을 부른다. 그러면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절망스러운 얼굴로

"나 뭐 잘못했어? 그렇게 부르지 마" 하고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이야기한다.

남편의 놀란 반응을 보기 위한 아내의 장난이었던 것으로 끝이 나는 짧은 영상이다.  


그렇다. 정확히 우리 집 이야기다.


나는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 여러 개다. 연애 시절에는 주로 오빠라고 불렀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남편에게 물어보니, 다 상관없으니 이름만 안 부르면 된다기에

"오빠, 여보, 자기"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부르는 편이다.


그랬던 우리 남편이 제일 두려워하는 말은 오빠이다.

"오. 빠."


내가 목소리를 잔뜩 깔고 그를 오빠라고 부르면, 그의 동공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왜 나 뭐 잘못했어?"


그 영상 속의 남편 표정이 곧 우리 남편 표정인 것이다.

어이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빠 소리도 신혼 때나 먹혔지 요즘은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더니, 내심 막 심장이 두근 대고 그랬구나?


앞으로는 조금 더 부드럽게 오빠라고 불러줄게 여보, 자기?


다들 남편을 뭐라고 부르시나요?




덧) 집안에 오빠가 많으면 생기는 일


 시부모님 앞에서 남편을 여보, 자기 이렇게 부르긴 어색해서 꼭 남편을 불러야 할 일이 있을 때만 긴급하게 오빠라고 부른다. 나는 손위 시누가 두 명인데, 시누들도 시누의 남편 (아이의 고모부)를 오빠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온 가족이 모이면 여기저기서 "오빠~" 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곤 했다.


하루는 시어머니께서

"아이고 너희는 어째 그런 오빠도 있노 좋겠네~" 하신다.

시누가 웃으며

"엄마도 오빠(시아버지) 있잖아. ㅋㅋ 두 살 많은 오빠. 오빠라고 부르면 되지"


"아이고 됐데이 치아라 마! "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식기세척기를 사라고 돈을 보내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