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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Apr 20. 2023

감사 일기 쓰는데 감사하지 않은데요?

감사에 대한 생각을 적습니다.

감사하는 삶을 사세요.
감사일기 쓰세요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늘 빠지지 않는 소재 "감사"


무기력하고 매사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던 그때,

나도 감사일기를 써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면서도,

쉽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데

감사 그거 별거 아니지 않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감사일기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0월 0일

"남편 일찍 퇴근하고 와줘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 감사합니다."

"일찍 잠든 아이 감사합니다."


0월 0일

"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잠들어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편이 퇴근하고 아이 목욕 시켜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의 반복...


나름 감사를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어쩐지 쓰면 쓸수록 그 말이 그 말 같고

그보다 더 문제는

머리로는 감사생각하고 손으로 쓰면서

실제로는 별로 감사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감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 당시에

산후우울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고,

나는 여느 때 보다 휴식과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래서 억지로 쥐어짜 낸듯한 일기 쓰기 위한

감사보다는

그냥 내 맘이 지금 그렇구나를 알아주고

마음 편히 잘 쉬는 것이 더 먼저였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소리는 외면하고

그저 좋다고 하니까

좋은 걸 따라 해보려 했던 것 같다.


지금에서 그때를 돌아보면

아이가 일찍 잠들어서 내게 휴식시간을 준 것도,

남편이 일찍 돌아와 안정감을 주고

집안일도 덜어준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런 일상의 감사를 느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걸 그땐 잘 알지 못했다.


고전 채근담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가지려면 모름지기 먼저 여유 있을 때 의지할 근거를 찾아 두어야 하고,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고요함을 유지하려면 모름지기 먼저 고요할 때 중심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의 잣대가 환경에 따라 바뀌고 사정에 따라 흔들리게 된다.


감사일기 쓰기를 시작한다면,

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할 때,

미리 시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마음에 조금씩 감사가 쌓이면,

부정적 상황에서도

쉽게 나를 지킬 수 있는 감사가 나온다.

반대로 내 마음이 편하고 좋을 때는

감사하는 삶에 대해 느끼지 못하다가

힘들고 어려울 때가 되어서야 감사를 찾으면,

그 과정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감사했지만

진짜 감사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때의 나처럼...


그럴 땐 급하게 빠져나오려 애쓰며

좋다는 걸 억지로 따라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만다.

 

내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고

나를 다독여 주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나 역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서서히 깊은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올 무렵

감사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고,

그 효과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무엇이든 여유 있고 좋을 때

미리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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