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이야기
역시나 기특한 녀석들. 토요일 아침 7시부터 카톡 알림이 바쁘다. 토요 아침 수업을 함께 하는 아이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선생을 초대했다. 수업 마치면서 다음 주에 할 이야기를 미리 이야기하면서 ‘이런 정도는 해왔으면 좋겠다’하는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누군가가 언급하면, 모두가 과제처럼 해오는 신기한 아이들이다. 어벤저스 팀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다. “너는 썼냐? 나는 썼다. 선생님 노트북으로 썼는데 프린트를 못했어요. 화면을 사진 찍어 가도 돼요? 내가 제일 먼저 썼지롱.” 저희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보는 것도 흐뭇하다. 덕분에 토요일 아침은 활기가 넘치고 수업하러 가는 발걸음은 즐겁다. 토요일 아침 수업을 기꺼이, 기쁘게 오는 아이들은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이 아이들의 앞날이 기대되면서 내가 가진 온갖 것을 다 주고 싶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는 중이다. 아이들이 큰 로드맵부터 그렸으면 좋겠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지속 가능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꿈’이라는 추상 명사보다 ‘직업’이라는 실질 명사를 계획에 넣게 하고 싶고, 가질 직업을 찾는 일에는 자기 이해가 먼저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고 롤모델과 역할 모델을 정한 후 일상에서 실천할 강령을 각자가 정해 꾸준히 노력하고 작은 성취감을 자주 느꼈으면 좋겠다.
부모님 나이가 되었을 때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꿈을 이루었다는 가정하에 미래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여유를 가지고 쓰려면 집에서 써와야 하는데 어떡하겠느냐는 선생의 질문에 아이들은 흔쾌히 그러마 했다. 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자성예언이다. 스스로 이루어질 것을 믿으며 다짐하는 과정이기도 해서 쓴 글은 공유하기를 당부한다. 기질 상 앞에 나와서 소리 내어 읽는 걸 마다하는 친구도 있다. 괜찮다. 선생이 대신 읽어주면 된다. 쓴 글에 대한 공언이 이루어지게 하고 친구들 지지를 받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억지로 발표하게 하지 않아도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순간이 온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누군가 먼저 포문을 열어주면 고맙다. 동주가 선뜻 먼저 발표하겠다고 했다. 역시나 멋진 동주. 예의 바르고 생각이 깊은 아이다. 친구의 꿈 이룸을 기꺼이 돕고 싶어 하는 기특한 생각을 해서 선생에게 배움을 일으키는, 훌륭한 어린 스승이다. 야구선수가 꿈인 동주는 마흔 살엔 은퇴를 계획하며 이후에 할 일에 대해 고민이 깊은 시기라는 설정이다. 팀을 4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고, 국가대표가 되어 대한민국에도 우승을 안긴 투수가 되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은퇴를 계획한다는 문장에서도 동주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저마다의 내밀한 마음과 생각을 만난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퍼즐 조각들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조각을 가질수록 자기 이해는 높아질 테고 선택 순간에 유효하게 쓰인다. “아직 앞날은 모르는 것이다. (중략) 어릴 적 꾸었던 꿈 나에게 후회란 없다. 지금 내 삶에 충분히 만족한다. 나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더욱 빛날 나의 미래, 이동주 앞으로도 파이팅!!!!” 감탄사가 안 나올 수 없다. 열세 살, 6학년 남학생이 쓴 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