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유럽이낭만적인 건여행일 때 얘기고...

희로애락이담긴유럽 생존기1460일간의기록

허니문 계획에서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유럽에 대한 동경이 유난히 심했던 한 아가씨가 한 남자를 소개팅으로 만났었더랬죠.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1월 중순,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그 소개팅님을 처음 본 순간, 이 아가씨는 그에게 단번에 콩깍지가 씌어(물론 그 남자도 여자를 보고 한눈에 반했겠.. 지요?ㅋ) 알콩달콩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된 다면 이 사람과 하리'라는 생각이었지만 왠지 결혼만큼은 최대한 미루고 싶었어요. 인생 일대의 최대의 중대사인 결혼에 최대한 신중하고 싶었고 그 방법으로 최대한 시간을 끄는 무리수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요. 하지만 다행히 남자는 이 아가씨보다 현실적인 편이었고 그녀의 숨은 욕구를 자극해 최상의 당근을 제공합니다. 


"이번 가을에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추석에 10박 12일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어, 마지막 기회야 이번 기회 놓치면 허니문은 짧은 동남아 휴양지만 가능해, 어차피 할 결혼이라면 잘 생각하렴." 


설마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간다고 결혼 날짜를 잡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시겠지만 여기 있습니다. 저예요. 팔자에 없을 유럽, 대학 때 놓친 배낭여행의 기회를 결혼하는 김에(?) 겸사겸사 만회해보겠다며 그의 제안을 수락한 여자... 여기 있습니다. 그동안 버틴 것이 신념도 아니고 고민도 아니고 그냥 막연한 두려움이었기에 유럽을 약 2주간 갈 수 있다는 선택지 앞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동안 산처럼 느껴졌던 결혼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 등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 자리를 책에서만 봤던 로마의 성시스티나 천장화의 어서 오라고 저에게 손가락을 날리는 것만 같고 아말피 해변의 파도 소리가 그 헛헛했던 공간을 채우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즐기고 2010년 20대 싱글 라이프 끝, 30대 아줌마 생활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아...



제 2의 유럽라이프가 펼쳐지다

유럽에 대한 동경으로 결혼 날짜를 확정했던 철없는 여자였던 저는 신혼여행으로 유럽에 대한 동경을 충족한 후 다행히 별 문제없이 한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결혼 6년차가 되던 어느날...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데자뷔 같은 소식을 제게 전합니다. 

"이번 기회에 내가 유럽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될 것 같아, 마지막 기회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유럽 여행은 커녕 여행이라곤 동남아만 가능해, 어차피 가족이 함께 가야 하니 잘 생각하렴." 저는 제 일을 사랑했지만 6년 전 그때처럼 고민 없이 걱정 없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습니다. 이곳 유럽의 배꼽이라고도 불리는 낯선 나라 슬로바키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12일이 아니라 5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와의 완전체 가족의 대이동. 


이번 유럽행은 여행이 아니라 생존과 생활을 위해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은 아이와 함께 가족 완전체로 오게 되었다는 점이죠. 여행은 짧고 아쉬운 대신 낯섦 자체가 설렘이자 기분 좋은 자극입니다. 하지만 일상이 되다면 낯섦은 불편함이 되고 이방인의 존재를 처절히 느끼게 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아이까지 이곳 학교나 현지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면 조금 더 복잡해지게 되죠. 여행지에서 돈 쓰는 관광객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이들을 접하며 여행을 낭만을 읊어댈 수 있었겠지만, 일상이 되었을 때는 서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기에 때론 이해 안 되는 불친절함을, 때론 이해는 가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문화적인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도 맞닥뜨리게 되거든요. 



유럽살이 찬란하고 처절한 기록 1460일

이곳에 정착한 지 어느새 1460일이 넘었네요. 햇수로 치면 4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이제는 저의 유럽 생활 이야기를 슬슬 풀어보려고 합니다. 로또처럼 찾아온 저의 유럽 생활기를 언젠가는 글로 꼭 풀어내고 싶었어요. 제아이는 이곳에서 자기 인생의 반을 살아왔고 저도 결혼 생활의 반을 이곳에서 보내게 되었네요.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겪을 수 없었던 경험들 생각들 그리고 많은 에피소드들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며 공감하고 혹시 외국 생활을 하게 되실 분이나 하셨던 분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듣으며 간접 체험하고 싶은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워서 남 주나'라는 말이 있죠. 저도 크면서 부모님께 많이 들었던 말인 듯하네요. 어차피 배우면 다 내 지식이 될 거고 남들보다는 나아질 것이 자명하니 공부하라는 말이죠. 예전에는 저도 이 생각대로 움직이고 행동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유럽 생활의 그 무엇이 저의 생각, 인생의 방향과 온도를 그동안 이렇게도 바꾸어 놓았을까요. 30살이 되도록내 인생에 대해, 나란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과 의문을 갖고 스스로를 들여다볼 필요도 시간도 없었는데, 그런 것들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치부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었는데, 지나고 보니 가장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과정을 지나쳐 왔더라고요. 자세한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할게요. 

그래서 이젠 '배워서 남 주나'가 아닌 '배워야 남과 함께 할 수 있다'가 마음에 와닿네요. 비록 전문적인 해외이주 정보나 정책, 제도적인 세밀한 설명은 못 해 드리지만 그동안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낯선 곳에서의 경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상의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여러분과 브런치에서 이렇게 나누면서 함께 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느끼고 싶네요. 응원 많이 해주시면 저의 게으름을 퇴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자!!


앞으로 제가 주로 하게 될 이야기는 

1. 교육

2. 영어 도전기

3. 생각 전환의 순간 

4. 여행

가 될 것 같아요. 


1. 교육

유럽에 살게 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유럽 여행을 편하게 다닐 수 있고 아이를 국제학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었죠. 그래서 국제학교에 다니게 되면 이젠 영어를 잘하게 될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으로 왔는데, 막상 국제학교 입학의 첫 시작은 우리 가족의 헬게이트 입성이었어요.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라 영어라는 환경에 넣기만 하면 영어가 자연적으로 장착(?)되리라는 저의 믿음은 여지없이 깨지고 낯선 환경과 친구와 언어에 유난히 적응을 못하던 아이. 과연 국제학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아이가 문제인가 부모가 문제인가 학교가 문제인가.. 

그 과정을  땀 눈물 콧물 흘려가며 직접 격은 당사자의 엄마로서 여러분께 처절했던 그 과정들을 알려드리고 덤으로 효과본 나름의 해결방법까지 준비했으니 기대해 주세요. 


2. 영어 도전기

제가 제일 애착이 가는 분야는 영어 도전 및 나름의 성공기인데요. 어떻게 보면 유럽 생활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기 계발에 가깝지만 현지어와 영어가 공존하는 유럽에 살고 있기에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영어에 접근하고 도전한 스토리 위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저의 처절함을 설명할 수 있는 질문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영어 공부하며 답답해서 울었던 경험은 분기에 몇 번 정도 겪으셨나요?

책상에서의 6시간 공부보다 더 효과적인 공부법이 뭐였나요?

쇼핑몰 홈페이지 대신 아마존에서 영어책 지르는 건 읽으려고인지, 아님 쌓아두려고 인지?

그리고 순수 영어공부만으로 300만 원을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노하우 좀?

자세한 이야기 궁금하시면 저의 연재를 꾸준히 사랑해 주셔요.^^


3. 생각 전환의 순간

아시아인으로서 유럽과의 문화 차이를 겪으면서 느꼈던 일기 형식의 에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불혹을 향해나가는 나이에 다다르다 보면 여태껏 정립해온 가치관이나 고정관념 등이 변할 일이 없을 거라는 느낌을 스스로도 99% 정도 받게 되지요. 나와 다른 의견에 욱하거나 아예 관심을 꺼버리거나요. 하지만 새로운 환경과 낯선 장소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게 유연한 나로 만들어 주었어요. 새로운 문화나 환경에 대한 호기심 정도의 마인드를 갖춘 다면요.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가치관들이 이곳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을 때, 한국에서는 기사에 날 만한 감동적이라고 생각 들었던 순간들이 여기서는 일상적인 빈도로 반복되는 것을 경험할 때... 내가 사는 세계와 세상이 전체이고 내가 가진 생각이 나의 삶을 거쳐 정제된 최상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이 한 번에 깨지는 순간. 그 순간들을 여러 번 겪다 보니 제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 인간의 삶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교육과 문화는 참으로 중요하구나 이 깨달음을 그냥 갖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여기에 그 이야기들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눌게요. 


4. 여행

여행 가이드처럼 자세한 정보를 담을 예정은 아닙니다. 사실 내가 가지 않은 이상 다른 이들의 여행기는 크게 와닿지 않더라고요 여행은 너무나 좋은 것인데 그래서 처음에는 아예 여행기를 묶어서 책을로 내어볼까라는 생각을 했었드랬죠 이래뵈도 왠만한 여행지는 다 가보았으니까요 ^^;; 하지만 어느 나라를 얼마나 많이 갔느냐, 여행지 핫스팟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냐보다는 서로 의지가 많이 되었던 아이와 단 둘이 다녀왔던 프라하, 스코틀랜드 여행, 융프라호우 정상 로렉스 매장에서 일하는 중국 이민자의 삶에서 배울 수 있었던 깨달음과 위안, 국경이 없다시피 자유로이 교류하는 유럽 사람들에 대한 현실적인 부러움, 평생 쓸 행운을 여기에 다 몰어 넣은 건 아닐까 할 정도로 행복했던 가족들과의 시간... 저의 유럽 생활의 정수이자 남들은 제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여행 에피소드들이 실릴 예정입니다. ^^


ps: 저번 포스트에서 제 글을 읽어주신 10분이나 좋아요를 눌러주셨더라고요ㅋ 감사합니다. 제가 못나게도 반응에 좀 반응해 민감함 사람이네요. 그분들도 이 글 읽어주시고 새로운 구독자 분들도 재미있게 읽고 주시면서 다음 편을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할게 많네요. 

작가의 이전글 영어를 못하면 생존할 수 없었기에 엄마의 다시 공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