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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hwa Mar 26. 2023

스무 살의 봄날 1

눈이 부시게

  대학교 1학년의 캠퍼스는 봄날의 꽃들이 눈처럼 휘날리며 눈이 부시게 화사했다. 같은 과 동기인 현경이와 가입할 만한 적당한 서클을 찾아서 학생회가 있는 건물들을 돌며 우리 전공과도 관련 있는 AFKN 영어 동아리를 골랐다. 


  그날 동아리 실에는 군 입대를 두어 달 남겨둔 경수 선배와 1학년 남학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처음 보는 데도 경수 선배는 비쩍 마른 몸집에 키는 멀대처럼 크고 눈빛이 살아있는, 말을 걸어보고 싶은 남자였다.


  매일 우리 과 전공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 실에 들러 경수 선배랑 심상치 않은 시국 이야기며 우리 동아리에 새로 들어온 멤버들 근황까지 시시콜콜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러는 사이에 내 마음도 걷잡을 수 없이 널뛰기하듯 선배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심장이 쿵쾅거리며 나대고, 선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카페고 도서관이고 우연을 가장하여 부딪힌 것처럼 명연기를 시전했다.


 

 어느 날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경수 선배는 자연대 앞 등나무가 있는 벤치로 나와 줄 수 없냐고,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거다. 옷장을 열어 내가 가진 옷 중에 제일 어려 보이고 청순한 느낌이 나는 레이스 달린 흰색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는데 선배 표정이 결연해 보였다.

“ OO아, 나 고민이 있는데...”

‘ 아, 이거 지금 나한테 고백하려는 건가?’

“ 얼마 전부터 마음속 깊이 들어와서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해야 하나?’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선배는 세상 고민을 다 짊어진 진지한 표정으로,

“ 니가 좀 도와줄 수 없겠니? 네 친구 우영이를 좋아하는데, 가운데서 너가 다리를 좀 놔주면 안 될까?”

‘이런, 제기랄’ 선배의 마음속 깊이 들어온 그녀는 내가 아니었다... ...


(to be continued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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