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예전에 네가 아르바이트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 보니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잖아.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다고. 엄마도 그랬단다.
그리고 생각했어.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어떤 사람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어떤 사람은 상처를 치유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잖아. 그래서 너와 함께 상처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어.
넌 길을 가다가 유난히 잘 넘어졌어. 몇 달 전에 얼음판에서 미끄러져 무릎이 까졌었고, 주차장에서 뛰어가다가 넘어져 멍도 들었어. 그리고 너도 모르는 상처나 흉터도 생겼고. 그래서 엄마가 상처를 보고 먼저 묻기도 했잖아. 어떤 상처는 내가 느낄 만큼 크고 어떤 상처는 모른 채 지나갈 만큼 작게 느껴지지.
학교 생활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사람과 소통하는 길에서도 일을 성취하는 길에서도 넘어져 다치는 일이 많을 거야. 큰 상처는 마음에 품기도 하고 잔 상처들은 그냥 사라지기도 하면서 말이야. 처음엔 상처가 부풀어 오르고 열이 나며 화끈거리잖아. 그 순간 우리 마음은 상처를 인식하는 것 같아.
근데 있잖아. 우리 몸의 상처는 사람들 눈에 보이니까 사람들이 "다쳤어?"하고 물어보고 그 부분에 닿지 않게 조심해 주잖아.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가 않아. 보이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모르고 툭툭 건드릴 때마다 아프고 쓰라려. 그럴 땐 상처를 드러내고 아프다고 말해야 되지 않을까.
전에 엄마가 도수치료를 받는데 너무 아파서 이를 꽉 깨물었더니 치료사가 "아플 땐 아프다고 말해야 더 안 아파요."하고 말씀하시더라. 상처가 있으면 아픈 게 당연하고 아프다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인 거야.
아프다고 통증을 느낀다는 건 뭘까.
네 마음에 불균형이 왔다는 거야.
인간에겐 신체, 정신, 영혼이 있어. 왜 정신 차리라고 할 때 정신말이야.
이탈한 정신에게 돌아오라고 명령하는 게 의식(주)이야.
마음에 통증을 느낀다는 건 의식이 제 기능을 잘하지 못하는 거지.
신체와 정신과 영혼의 순환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야.
네 마음에 불균형을 일으키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야.
신호를 보낸다는 건 네 마음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해.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우리는 내면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못하는 거잖아.
그러니 통증을 보낸다는 건 네 마음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야.
이제 통증을 인식했으니 앞서 말한 "의식"이 일을 할 차례야.
혹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 들어봤니?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 일이다." 란 뜻이야.
나의 고통도 상처도 마음이 지어낸 일인 거야.
그래서 내 상처는 내 마음이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지.
여기서 말한 마음이 앞서 말했던 "의식"을 말하는 거지.
치유는 내가 주체가 돼. 내 의식이 주체가 돼.
내가 나를 치유하는 거야.
그럼 어떻게 치유하면 될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계속할게.
오늘도 잘 쓰이는 하루가 되길.
주) 엄마의 유산, 김주원, 건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