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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기리상 Sep 13. 2021

몰아치지 않아도 돼.

재능.  30일 에세이 열세 번째.


 칭찬을 들을수록 나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이젠 재능이라 말하기도 부끄럽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작아지게 만들었을까. 분명 어렸을 때는 제대로 배운 적 없는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했고, 얼마 배우지 않은 피아노를 잘 친다고 생각했다. 자랑하지 않아도 지인들은 사랑을 담아 이야기해주었다. 너는 참 다재다능해. 그림도 음악도 잘하고 이젠 글도 잘 쓰네. 나는 코웃음을 쳤다. ‘정말 잘하는 것이었으면 벌써 뭐라도 되어있었겠지.’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무언가에 재능이 있었을지 몰라도, 일찍 철드는 재능은 없었나 보다. 나는 가진 재능을 스스로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어리고 유약한 존재인 나를 부모님이 어딘가에 데려다 놓기만을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진로는 재능과 연결되지 못했고, 환경 탓을 하며 상처 많은 불행한 아이라고 자신을 내몰았다. 결과는 더욱 처참했다. 저 자신을 불행하다 여기니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결국 현재에 이르렀고, 여전히 재능을 재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능이라면 내가 드러내지 않아도 누군가가 알아봐 줄 것으로 생각했다. 불특정 다수가 금방 알아채지 못한다면 재능이 아니라 냉정하게 생각해왔다.


 오히려 스스로 조금 느슨했다면 어땠을까. 당장 선택받지 못했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길을 꾸준히 걸었다면 언젠가는 그 재능이 빛을 발했을지도 모른다. 늘 천부적인 것만이 재능이라 여겨왔기에, 당장의 성공이 아니라면 재능 따위는 내게 없다고 생각했던 어렸을 적 내가 나에게 너무나 가혹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주체할 수 없이 타고난 재능 덕에 불행해지는 천재들은 이미 너무 많이 보아왔음에도, 당장에 몰아치지 못하면 재능이 아니라고 여겼던 나는 뒤늦게 어리고 상처받은 나를 돌아본다. 상처받지 않아도 돼. 그저 가고 싶은 너의 길을 가도 돼. 새털 같은 시간을 지나며 너의 재능은 훨씬 더 빛나게 될 거야. 그렇게 과거의 나를 토닥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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