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30일 에세이 열두 번째.
가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스스로 의심이 든다. 맞고 틀리고가 아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도대체 맞는 것과 틀린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의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남들이 걷는 길로 따라 걷지 않으면 나 혼자 오답을 정답이라 우기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들려오는 위로 중 하나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애써 선택한 인생의 방향으로 먼저 질주한 이들이 일으킨 흙먼지를 고스란히 맞으며 뒤따르는 꼴찌에게는 또다시 비현실적인 위로이기만 하다. 그들에겐 탄탄대로나 나에게는 진흙탕일지 모르는 이 방향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 같은 회의감마저 든다. 후회의 연장선에서 10년만 젊었어도를 외치는 사람에겐 늦지 않았다며 관대한 위로를 보내지만, 스스로에게는 더없이 야박해진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라 여겨 그 끝을 불행으로 두고 애초부터 불안으로 시작하는 나날을 보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끝이 어디인지 스스로 정해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끝을 내야만 끝이고, 계속 간다면 좀 더 연장된 길에 끝이 있을 뿐이다. 내가 정한 끝을 마지막으로 둔다면 중도하차가 아닌 최선을 다한 것이 된다. 누군가는 나의 배턴을 이어받을 것이고,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며, 나는 안심한 채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 것이다. 도전의 경중과 그에 따른 금전적 이득을 의심하며 재단하는 이들에게 과감한 실소를 보낼 수 있는 뚝심만 기른다면, 무엇을 하건 간에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아무리 다잡아도 나를 따라오는 몇 퍼센트의 불안감은 매년 걸리고야 마는 감기처럼 다가올 때마다 살살 달래 보내주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그렇게 묵묵히 나의 길을 걷는 것. 앞서가던 자들이 일으킨 모래바람에 눈을 질끈 감는 것. 뒤따르는 의심은 열병처럼 왔다 가는 것. 세 가지만 받아들여도 나는 한결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늘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