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30일 에세이 열한 번째.
모래 먼지가 흩날리고 그네, 시소, 철봉, 미끄럼틀이 있는 곳. 분명 우리는 그런 곳에서만 놀지 않았다. 과거의 우리에게도,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그저 시선이 멈추는 모든 곳이 놀이터였다. 햇빛을 피해 들어간 나무 그늘 밑, 각종 벌레가 출몰하는 흙바닥, 색색의 보도블록이 깔린 바닥 같은 곳 말이다.
집 근처의 산책로에 도착하면 딸아이는 주저앉아 땅바닥부터 쳐다본다. 엄마! 여기 하트 천국이야! 통통한 손가락을 쭉 뻗은 곳으로 옮긴 시선의 끝에 클로버가 가득 피어있다. 풀잎들을 주워 돌 위에 짓이기고, 솔방울과 꽃잎을 모아다가 늘어놓으면 길 한쪽에선 이내 소꿉놀이가 시작된다. 여보, 이리 와서 저녁 드세요. 우리 아기도 얼른 밥 먹자. 그러다 갑작스레 흙 묻은 손을 털고 뛰며 외친다. “엄마가 술래!” 아이는 이내 자기를 잡지 말아야 할 상황의 규칙에 대해 목청을 높이며 잡히지 않으려고 진지하게 용을 쓴다. 열심히 뛰던 아이는 문득 모래 안을 파고드는 개미를 발견한다. 작은 나뭇가지를 열심히 옮기는 두세 마리의 개미를 구경하며 발끝은 개미에게 닿을 듯 말듯 움쩍거린다. 그렇게 소리 없이 술래잡기는 마무리된다. 잠시 쉬려고 들어간 그늘의 벤치 아래에 느닷없이 자라는 버섯을 발견하고 아이는 쭈그려 앉는다. 어느새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처음 본 아이들은 땀과 콧물을 흘리며 진지한 토론을 시작한다. 버섯은 왜 벤치 아래에서 살고 있을까? 이사를 왔나 봐. 그러다 한 아이가 일어나 정자 기둥에 몸을 기대며 외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할 사람!” 아이들은 자연스레 구호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걷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어른들은 묵묵히 앞만 보며 산책에 열중하는 사이 아이들은 구석구석 놀잇감을 찾아낸다. 어른이 될수록 노는 데에도 장소와 장비를 갖추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널려진 그대로의 자연을 무한히 즐기고 마는 것이 놀이였고 그들은 스스로 놀이할 터를 개척했다. 과거의 우리에게도,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그곳이 그저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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