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30일 에세이 열 번째.
때로는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을 판단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정말 그런가?” 하고 의심하는 나에게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니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타인이 판단하고 내린 결론이 나에게 전달된 것일 뿐, 내가 직접 겪고 난 후의 감상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와 인성과 인격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일수록, 나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나도 모르게 눈과 마음을 대신하도록 내버려둔다. 감정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인간관계를 걸러내고 있다는 생각에, 거저 얻어지는 정보를 굳이 마음속에서 내치지 않는다.
그리고는 마음속에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의 이미지를 내 방식대로 그려나간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 “성격이 이상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언제나 신중하리라 다짐하는데도,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와 첫인상은 서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첫 만남을 겪은 이후에도 우리는 그에 대한 재단을 멈추지 않는다. “생각은 행동에서 드러나는 법이야.”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역시 “사람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생긴 모습대로 받아들여야 할 뿐”이라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고민 끝에 결국 “타인의 말과 행동에 ‘왜’를 덧붙이지 말자.”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내 생각과 다르게 넌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니, 와 같은 사고에 도달하는 순간 내가 그려낸 이미지를 기준으로 그 행동은 곧 잘했거나 잘못했거나 둘 중 하나로 나누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이 전달되는 순간 누군가도 역시 마음속에 만나보지 못한 사람의 이미지를 그려나갈 것이다. 마음속에 미리 그려둔 이미지를 없애고 말과 행동에서 행간을 찾지 않는 것, 그것이 결국 타인을 대할 때 갖춰야 할 최대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지만 역시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미지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