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30일 에세이 열여덟 번째.
아이컨택트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암 투병을 하는 아들이 20년 만에 부모님과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출연한 내용이었다. 아들이 혹시라도 내가 잘못되면, 이라고 말을 시작하던 찰나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통곡하셨다. 겨우 진정된 어머니를 바라보며 울먹이는 아들은 말한다. 진짜 나를 생각한다면, 아프지 않았던 때처럼 나를 대해줘.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삶의 끝에서 바라고 전하는 위로에는 어떤 심정이 담겨있을까 늘 궁금했다. 생각만 해도 이내 먹먹함이 밀려와 몰아치는 감정을 미루고 미뤄두었다. 그래도 떠올려보면, 위로는 늘 머릿속의 설명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문득 4년 전 사경을 헤매던 친구를 찾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는 그저 옆에서 울지 않고 좋았던 추억을 이야기해 주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것, 그리고 매일 같이 얼굴을 비추는 것뿐이었다. 뒤따라온 지인들은 누워있는 친구가 들을까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다. 그저 우리가 왔다는 환한 얼굴을 비추는 것. 그래서 너는 아직 괜찮고 우리도 아직 이 자리에 그대로라는 희망을 자연스럽게 심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위로라는 것을 그들도, 나도 그냥 저절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일을 겪고 나니 문득, 누군가가 어떠한 풍파를 겪어도 늘 우리는 변함없이 곁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것이 위로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힘이 들 땐 언제든 나의 어깨에 기대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을 힘있게 되새겨주는 순간. 그러한 위로를 통해 우리는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얻는다. 위로는 당장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희망을 주고 다시금 용기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위로의 의미를 떠올리면, 가볍게 누군가를 격려할 마음을 갖지 않도록 다짐하게 된다. 자연스럽고 신중한 위로의 힘을 다시금 깨닫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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