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30일 에세이 열아홉 번째.
오늘도 고된 육아를 끝내고 아이를 재울 때 필사적으로 잠들지 않았다. 야식을 먹지 않겠노라고 아이를 재우기 전까지 무한 다짐을 하고서는, 아이가 잠드는 순간 자는 척하던 눈을 말똥말똥 뜨며 마음속으로 드디어를 외친다. 깨끔발을 들고 살금살금 나와 식탁 앞에 앉는 시간이야말로 하루 중에 가장 기쁜 순간이다. 그리고는 이내 입이 심심해진다. 온종일 육아로 지친 나에게, '오늘은 진짜 먹어야 해.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라고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어제는 뼈 없는 닭발, 오늘은 고추바사삭 치킨을 주문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오늘은 왜 이리 매일같이 찾아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야식이 입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낮 동안 다짐했던 다이어트나 혈관 건강 같은 단어들은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싹 지워져 있다. 오늘부터 건강해지겠다고 아침 점심을 신경 써서 적게 먹어두고, 저녁에는 배고픔에 자주 대낮의 다짐을 잊어버린다. 닭발 한 입, 치킨 두 입, 맥주 세 모금을 연이어 마시며 탄성을 지르는 순간 속은 어느 정도 채워졌으니 그만 먹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생각은 생각대로 젖혀두고, 남편과 서로 오늘 하루 고생했다고 외치며 잔을 부딪친다. 외면했던 다짐들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 이미 손과 발은 오동통하게 부어오르고 있고 마음속 다짐들만 가시가 되어 내 허벅지를 찌른다. 양심상 적당히 마무리하는 때도 있지만, 이미 시작했으니 한 입 먹으나 두 입 먹으나 똑같다는 체념마저 드는 날엔 더욱 폭주 기관차가 되어버리곤 한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한껏 부풀어 오른 눈두덩이를 보며 다시 다짐한다. 오늘부터는 절대 야식 안 먹어야지. 그렇게 다짐을 해온 지 결국 7년쯤 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다짐은 늘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일이지만, 작심삼일도 끊임없이 반복하면 의미가 있을 거라며 나는 또다시 나름의 합리화를 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