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30일 에세이 스물두 번째.
얼마 전 초상화를 가끔 올리는 SNS계정으로 어떤 분이 메세지를 보냈다. 돌이켜보면 꽤나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대충 떠올려보자면, 사진을 보고 따라그리기만 하는 그림은 예술이 아닌것 같은데 어떤 사명감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은 뭔지 등에 관한 질문이었다.
사실 나는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심연에 다다를때 종종 그림을 그리곤 한다. 그래서 ‘진짜 예술’ 을 하는 사람을 동경하며 취미로 그리기를 즐기는 속편한 조무래기일 뿐이다. 사진을 보고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채색을 할 땐 규칙이 종종 무너지기도 해서인지 몇날 며칠이고 수정을 거치며 혼자 씨름을 하곤 한다. 그래서 메세지에 답을 해보자면, 나는 거창한 예술을 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그저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려고,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좋아서 그리는 것이 전부인 사람일 뿐이다. 가끔 복잡한 마음에 오히려 휘둘리게 될 땐 맥이 풀려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이 한없이 부끄러워져서, 늘 모든 창작의 순간에 자신에게만 오롯이 집중하여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하는 예술인들은 진심으로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금전적 이득보다 추구하는 가치를 중요시하며 그것을 개성을 살린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을 우리는 예술가라 칭한다. 그리고 누구나 예술가가 되기를 동경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냉랭한 시선, 또는 작품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만 하려하는 현실을 이유로 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예술의 시작과 그 끝은 누구도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계기가 무엇이든 스스로의 의지대로 무언가에 열중하여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 사람들 모두 아름다운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예술만이 예술이 아닌, 사람이 사람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있어야 그 안에 펼쳐질 예술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