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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Massart Oct 26. 2024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사랑하는 당신에게

사랑하는 당신에게


어제는 체류증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은 보일러와 굴뚝까지 수리하게 되었어요.

여보, 그동안 내 마음을 짓눌렀던 걱정과 근심이 오늘로 끝날 것 같아 정말 다행이에요.


지금 우리 집에서 두 분의 기술자 분들이 일을 하고 계세요.

한 분은 지하에서 보일러를 교체하고 계시고, 다른 한 분은 지붕 위에서 굴뚝을 고치고 있어요.

나는 모든 일이 무사히 끝나길 바라며 1층 식탁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당신이 떠올라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어요.


그러던 중, 지붕에서 일하시던 분이 내려오셔서 혹시 기왓장이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일을 하다가 두 장을 깨트리셨다고 해서, 편지 쓰던 펜을 내려놓고 기왓장 두 개를 가져다 드렸어요.

다행히 우리에겐 여분의 기왓장이 열 장 정도 있어서 무사히 해결했지만,

저녁에 비가 온다고 하는데 큰일 날 뻔했지 뭐예요.


하지만 여보, 마음 한편으로는 혹시 이분이 지붕 위에서 다른 것도 깨트리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이 끝난 후, 아저씨들이 가고 나서 직접 지붕에 올라가 확인해 봤어요.

당신도 알고 있는 안전한 곳이었으니 걱정 마세요.


그런데 굴뚝이 조금 이상해 보여요.

굴뚝 끝에 비를 막기 위한 넓적한 모양의 굴뚝 돌 모자가 씌워져 있는데,

그 위에 커다랗고 넓적한 돌덩어리가 올려져 있는 거예요.

바람이 세게 불면 그 덩어리가 떨어질까 걱정이 돼요.


그래도 전문가인데 돌덩이 밑에 접착제를 붙여놨겠죠?

그래도 전문가들인데 알아서 잘해놓으셨겠죠?


굴뚝이 있는 곳은 위험해 내가 직접 만져서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걱정만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 있는 용기도 없고… 당신이 내 옆에 있었으면 당신에게 전화하라고 시켰을 텐데ㅠㅠㅠ)


어쨌든 오늘 공사비로 690만 원을 지출했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드네요.

여보, 이번 공사는 내 걱정을 덜기 위해 진행한 일이었는데, 오히려 또 다른 고민이 생겨버렸어요.


해결만 되면 끝날 거라 생각했던 문제들이 또 다른 걱정거리로 이어지다니…

인생이 원래 그런 건가 봐요.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는 삶이 답답하고,

특히나 이런 내 성격이 못내 싫어지는 날이에요.

 

파리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파리의 거리에서 산책을 그리다.


https://www.youtube.com/watch?v=epq9V6FCLiA

https://www.youtube.com/@Parisletter0209

루브르 예술 이해 (Paris Art Letter)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 채널입니다.

(작품은 아는 만큼 보이고, 더 깊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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