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Oct 13. 2023

낚시하는 남자들

수렵인의 본능에 대하여

  우리 집에는 낚시를 사랑하는 남자 1,2,3,4호가 서식한다. 이들을 보면, 나는 인류의 역사가 수렵시대에서 진화해 왔구나 실감한다.

  대체 왜 남자 어른이건 남자 아이건 득의양양 어깨 힘 퐉퐉 주고 개선행진하듯 컴백홈 하는 건지. 시뻘겋게 태운 얼굴로 잘했지, 칭찬해 줘, 하는 강아지들 같아서 왠지 좀 웃기다.


  그래봤자 쬐끄만 망둥어가 일곱 마리, 중간크기 망둥어가 네 마리. 새벽부터 도시락 싸 나가서 하루 종일 잡아 온 저거, 마트에서 사면 왕복 네 시간 기름값보다 더 싸거든…….

이란 말은 물론 절대 하지 않는다.

눈 크게 뜨고 감탄하며 물개박수 연타, 엉덩이 팡팡 하는 나.


10년 만에 다시 읽는 다자이오사무가 말한다.

‘인간이란 멋지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으로 서로를 속임으로 상처 입지 않는다’고.

멋지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내 거짓말 안에서 우리 다섯 가족은 오늘도 화목하게 망둥어를 뜯는다.


망둥어 튀김과
망둥어 회, 의외로 엄청 맛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리다케잔에 담긴 게이샤 커피, 그 새까만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