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인의 본능에 대하여
우리 집에는 낚시를 사랑하는 남자 1,2,3,4호가 서식한다. 이들을 보면, 나는 인류의 역사가 수렵시대에서 진화해 왔구나 실감한다.
대체 왜 남자 어른이건 남자 아이건 득의양양 어깨 힘 퐉퐉 주고 개선행진하듯 컴백홈 하는 건지. 시뻘겋게 태운 얼굴로 잘했지, 칭찬해 줘, 하는 강아지들 같아서 왠지 좀 웃기다.
그래봤자 쬐끄만 망둥어가 일곱 마리, 중간크기 망둥어가 네 마리. 새벽부터 도시락 싸 나가서 하루 종일 잡아 온 저거, 마트에서 사면 왕복 네 시간 기름값보다 더 싸거든…….
이란 말은 물론 절대 하지 않는다.
눈 크게 뜨고 감탄하며 물개박수 연타, 엉덩이 팡팡 하는 나.
10년 만에 다시 읽는 다자이오사무가 말한다.
‘인간이란 멋지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으로 서로를 속임으로 상처 입지 않는다’고.
멋지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내 거짓말 안에서 우리 다섯 가족은 오늘도 화목하게 망둥어를 뜯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