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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Sep 14. 2024

아들 셋 맘의 쌍콤한 휴일 아침

토요일 아침 5시 10분, 알람소리로 일어난다.

오늘은 둘째의 축구 대회가 있는 날.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아이를 깨운다. 둘째보다 왜 때문에 엄한 셋째가 먼저 일어난다. 불시에 1차 공격인가, 우쒸.

다들 알겠지만 다섯 살짜리는 자는 게 도와주는 거다. 기대도 안 하지만 남편은 코 골며 (쳐) 잔다. 오늘 아침도 아군은 없군.


15분 만에 후닥닥 두 마리 아침을 먹인다. 바쁘지만 덜 늙고 싶은 40대라 선크림은 열나게 찍어 바른다. 새벽부터 사탕 타령을 하는 셋째에게 사탕을 물려 입을 막고 차에 태운다. 내 차의 체감 데시벨 수치는 매우 소중하니꽈. 끝까지 빨아먹으라는 얘기도 잊지 않긔!


6시, 축구팀 집합 장소 도착.

여름방학 동안 쑥 커버린 팀의 다른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는데 아니 우리 애만 왜소해 보이는 것이 내가 덜 먹였나? 흠, 요즘 코 막혀서 잠을 못 자더니 비염 치료를 다녀야 하나..? 옆에 3학년 짜리는 왜 저렇게 등치가 큰 거지?

엄마란 참 피곤하다. 작은 거에도 오만 생각이 다 드는 법이다.


9월 중순이지만 오늘은 34도. 가을은 개미 코빼기만큼도 안 보이고 습도는 노천온천 수준이다. 아이들은 이 무더운 날 하루종일 밖에 있어야 한다. 그나마 필드에나 나가면 다행이지, (개)고생하며 나가서 하루종일 벤치에만 앉아 있다 집에 가는 날도 있다. 다른 운동을 겸하느라 연습시간도 출석률도 저조한 둘째는 시합 선발선수로 뽑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단 임원까지 하며 시간을 저당 잡힌 엄마로서는 짜증 나는 일이지만 티는 안 낸다. 그래도 본인이 하고 싶다 하니까. 엄마는 시켜줬다!


오늘 시합장소는 고속도로 40분 거리인데, 큰 시합이라 그런지 다른 가족들은 다들 관전을 간다고 한다. 오후 일을 조정해서 나도 따라갔어야 하나..

에이, 일까지 빼고 따라갔는데 오늘도 아이가 하루종일 벤치신세면 이번엔 웃는 얼굴이 안 만들어질 것 같다. 안 가길 잘한 거지.

오만 잡생각 속에 둘째를 보내고 옆에서 쫑알대는 셋째를 태워 집으로 돌아온다. 얘야, 사탕 깨물어먹지 말라니깐.


집에 오니 이제 고작 아침 6시 반.

세상모르고 자는 남편의 이불을 살포시 즈려밟고 이번에는 첫째를 깨운다. 첫째는 학교 탁구부 시합이 있는 날이다. 아침 식사를 하며 제킨(이름표)등 준비물을 다 잘 챙겼는지 물어본다. 사춘기가 한창인 첫째와는 주로 외계어로 대화를 한다. 말이 통하는 듯 안 통하는 듯 하지만 뭐, 대충 잘 챙겼다는 뜻 같아서 큰 아이를 배웅한다. 맘스 의전차량이 없이 제 발로 가주니 중딩은 그나마 고맙소.


큰아이가 나가고 식탁을 정리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헐… 탁구부 선생님 성함이 뜬다. 익숙한 불길한 예감이 나를 향해 손짓한다.

“어머니, 제킨이 없으면 대회 참가가 안되어요.

가능한 한 빨리 가져다주세요. ”


야 이노무자식아, 아침에 엄마가 제킨 챙기라고 했니 안 했니!

제킨을 어디 뒀는지도 모르겠다는 아이의 방에 들어갔는데 걍 돼지우리다.

하아, 여기를 뒤져서 흰 천 쪼가리 하나를 찾아내야 한단 말이지.

부글부글하는 속을 달래며 한판 뒤집어엎고 나니

….. 찾았다!

시계를 보니 8시 반이군,

셋째는 태권도에 가야 한다. 애가 셋이면 주말마다 각각의 스케줄들이 바쁜데 매니징은 깡그리 몽땅 엄마 담당이다. 날 업어가시오~하고 자는 남편을 깨워 셋째님의 의전을 부탁하고 나는 차로 20분 거리인 첫째의 대회장소로 출발한다.


맘속으로 발차기와 헤드락을 열 번쯤 걸고 첫째를 만난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왔지만 조용히 제킨만 전해주자니 아무리 사춘기 맘이지만 입이 근질근질하다.

“너 아침에 엄마가 제킨 챙기라고 했지?

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니? ”

“뇌”

제킨을 받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아들.


한숨을 쉬고 돌아서는 나를 뒤에서 아이가 다급하게 부른다.

“엄마! 근데….!!!!

… 내 방에 라켓은 없었어? ”


그렇다. 오늘 탁구 시합에 참가하는 그는

제킨은 물론 탁구 라켓도 잊어버렸던 것이다.


이 아들들의 뇌구조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똑같은 길을 다시 돌아 첫째에게 라켓을 전달하고

집에 오니 10시다.

어질러진 거실에서 비로소 내 아침이 시작된다.

굿모닝, 에블바뤼!

상콤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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