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26
내가 사는 곳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7호선의 뚝섬유원지역이다.
처음 이 근방으로 이사 왔을 때는 집과 회사만 다니던 터라 주변에 뭐가 있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더욱이 7호선을 이용할 일이 딱히 없어서 주변의 한강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었다.
얼마 후 이직한 회사의 위치는 청담동 근처였다. 뚝섬유원지와 청담역은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다. 이때 7호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비로소 한강이 코앞에 있다는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면 몇 초 지나지 않아 한강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내리면 바로 한강공원과 직결된 출구도 있다. 비록 집에서 한강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때서야 근거리에 한강이 있는 환경을 한강세권이라 불린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듯 한강으로의 접근성이 대단히 편리한 이곳은 해 질 녘이 되면 삼삼오오 다양한 부류의 무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저마다 맘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재빨리 돗자리를 펴며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다. 비나 눈이 내리거나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하지 않다면, 또는 영하의 추위만 아니라면 이곳은 언제나 예외없이 삽시간에 많은 이들로 빠르게 장악된다.
유원지의 근처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이곳을 맨손으로 찾는 이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저마다 손에 뭔가 한 가지씩은 반드시 쥐고 있다. 그중 각종 배달음식에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커피나 음료수를 들고 산보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전거를 타거나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다못해 담배라도 물고 다닌다.
내가 한강 근처로 가는 주된 이유는 운동이다. 어떨 때는 이점이 참 고달프다. 난 대개 운동 후에 식사를 하기 때문에 눈앞에 펼쳐진 음식과 향기 - 공복에 맡는 음식냄새는 향기에 가깝다 - 의 연회는 운동 중에 느껴지는 고통보다 몇 배는 더 괴롭다. 탐스러운 음식의 자태는 왜 인간들이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었는지 이해될 정도다.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아보인다는 말이 찰떡같이 이해된다. 그래서인지 운동을 하는 내내 운동 끝나면 무엇을 먹을지만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