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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Mar 22. 2023

31. 개냥이를 부탁해 - 고양이 01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31

31. 개냥이를 부탁해 - 고양이 01


2019년 연말을 기준으로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3조 원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 시장을 이끄는 중심에는 개와 고양이가 있는 듯하다.


나는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여전히 개를 먼저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주변에서 하나둘씩 고양이 집사로 ‘냥밍아웃’하는 기현상(?)들을 목격하며 내 머릿속의 반려동물시장에 고양이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다. 나에게 고양이란 책이나 미디어로만 접해 들었던 외래 동물 같은, 이를테면 낙타나 나무늘보 따위와 같은 느낌을 주는 동물일 뿐이었다.


벌써 수년 전 일이다. 예전에 한 번은 군대후임이 신혼여행을 가야 한다며 자신의 집에서 보름 정도만 고양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밥이랑 물만 주고 화장실 청소만 해주면 끝이라고 했다. 각별했던 사이였기도 했고, 이야길 듣고 보니 그다지 어려운 부탁은 아니라는 생각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의 행복한 신혼여행을 기원하며 고양이가 있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부터 이미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집 앞의 현관에 들어서자 무려 4마리의 뱅갈 고양이가 일제히 쭈그리고 앉아서 나를 노려보고 있던 것이다(걔들은 아마 그냥 쳐다 본거겠지만). 그때의 나는 대체 왜 고양이가 몇 마리였는지 물어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나와 고양이들은 현관 앞에서 서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흩날리던 고양이털을 참아가며 5분 이상을 기싸움으로 대치하였다. 이것이 나와 고양이의 첫 만남이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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