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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Apr 12. 2023

43. 입맛 따라 사는 인생입니다 - 떡볶이 01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42

43. 입맛 따라 사는 인생입니다 - 떡볶이 01


지금은 매운 음식을 거의 먹을 수 없는 혀를 가지게 되었지만 나도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사람을 죽일듯한 강렬한 매운맛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는 가족들 틈에서 소위 ‘맵찔이’로 살아왔지만, 그런 나도 왕년에는 혹독한 가정환경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나름대로 서당개 3년 수준의 매운맛 강자였다. 계열의 최강자들 틈에서의 생존 활동으로 인해 자동반사적인 훈련됐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름 서당개 3년이었던 나의 입맛은 변하기 시작했다. 가족 간의 식사시간에서만 벗어나면 매운맛에 어깨 좀 피고 다녔던 나였지만, 대중요리를 만들었던 경력 탓인지, 아니면 크면서 점점 순하고 담백한 맛을 선호해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순식간에 맵찔이로 전락한 것이다. 하여튼 이제는 매운맛을 내는 음식뿐만 아니라 강한 맛을 내는 음식 이를 테면 지나치게 짜거나, 너무 달거나 하는 음식은 꽤 부담스러워 자연스럽게 피하곤 한다.


애석하게도 한식은 대체로 맵고 짠맛을 빼고 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폭이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흔한 밑반찬인 김치나 젓갈마저도 소금과 고춧가루에 푹 절여있지 있으니 말이다.


이미 유행을 넘어 안정적으로 한국땅에 자리 잡은 음식인 ‘마라’는 비슷한 종류만 코 끝에 들이대도 손사래를 친다. 도대체 왜 이런 몹쓸 수준의 매운 음식들이 도처에서 역병처럼 퍼져버렸을까. 아마 지옥에서 죄인들이 고문받기 위해 떠다 놓은 물을 한 국자 퍼올리면 딱 마라의 색깔 일 것이다. 부글대며 끓고 있는 검붉은 색은 긴장감마저 돌게 한다. 그 때문에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유행과 완전한 반비례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탄수화물을 좋아했다. 탄수화물의 4대 천왕이라면 밥, 빵, 면, 떡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만국인의 필수 에너지원이며, 보드랍고 하얀 속살을 가졌고, 이름도 간결하게 한 글자다. 난 대부분의 음식을 좋아하지만 떡으로 만든 것 중에서는 떡국과 시장 분식점에서 파는 떡볶이를 참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음식을 사랑하듯이 나 역시 큰 사랑을 베풀곤 한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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