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특별기획전에 초대되어 전시중입니다
브런치에 주로 다른 분들에 관한 글을 올리는데 전시가 있어서 저의 전시글과 작품이미지를 실어봅니다.
약 25년 본인 작업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기록해보자면 긴장완화의 공간, 일상, 치유, 재생, 버려지는 것을 바라보기, 여성 등이다.
첫째, ‘긴장완화의 공간’은 내 정신적인 문제와 닿아 있는 것으로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스스로 치유의 길을 찾으며 작업이 삶과 분리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둘째, ‘버려지는 것을 바라보기’는 버려지는 것을 활용하여 재해석하는 것으로 삶에 대한 사유이고 태도로 사물과 자연에 대한 관찰이었고, 고마움과 미안함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다.
셋째는 ‘여성’인데 출산과 육아와 같은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여성의 삶과 여성의 신체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탯줄, 여성의 가슴, 머릿가락 등을 주제로 하는 설치를 이어왔다.
위 주제들은 공통적으로 작가의 일상과 삶 안에서 발견되는 것들이었고, 버려지는 재료가 와 닿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즉 모든 주제에 여성으로서의 일상과 버려지는 것의 예술로 효용은 재료의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변모되고 연구되었다.
첫 시도는 마시고 버려지는 수천개의 티벡을 모으고 바느질하여 만든 긴장완화의 공간을 형상화한 ‘고요한 숨결’(1999~2003년)은 거의 5년 정도 재료수집과 제작과정을 거치며 일상의 순간이 티벡에 담기는 시간이었다. 쓸모없어진 것들로 이루어진 공간은 생각보다 향기와 다양한 차의 색으로 삶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하게 해 주었다. 두 번째 버려지는 재료는 수백개의 쌀통박스에 일상을 담은 ‘그림일기 시리즈’ (2001~2002년)로 과자상자와 같이 생긴 이 박스에는 우리의 주식 쌀이 담겨져 있었고 어쩌면 동양인인 나에게는 매일 접하는 종이쓰레기였던 것이다. 에너지를 얻는 먹고 마시는 티벡과 쌀통박스는 그 시절 한국인인 나의 정체성이 담긴 재료였다.
세 번째 재료는 아이를 출산하고 버려지는 기저귀 천을 모아 제작한 ‘느린 호흡으로 산보하자’(2005~2012년)로 육아 시절 삶이 담긴 중요한 재료가 되어주었다.
이 쯤 되자 더 이상 새로운 재료를 구입해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네 번째 재료로 다가온 것은 일상쓰레기였던 신문지, 간행물, 전단지 등 폐지였다. 매일 배출되는 폐종이를 물에 불리고 분쇄하고 종이죽으로 만드는 반복적인 시간을 보내고 고추씨, 포도씨, 커피찌꺼기 등을 혼합하여 자연의 흔적을 기록한 ‘관여’ 시리즈(2011~2015년)가 있다. 자연물은 변하고 삵는 과정에서 분비물이 생기기에 작품 보존의 어려움을 겪게 되며 새로운 재료를 탐닉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번 전시의 재료인 폐 의류나 천들이 작업 안에 오기까지를 이해하려면 이러한 과정설명해야했고 작품을 이해하기에 편해진다.
수많은 헌 옷과 폐 천으로 여성성을 담은 작품들은 ‘엄마의 산에서 머물다’, ‘켜켜한 여성의 시간’, ‘관계_그 이어져 있음’ (2016~2022년) 등 최근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헌 옷과의 인연은 17년 전 우연히 정신장애인들을 만나 미술재능기부를 하며 이들에게 헌 옷이나 일상용품 같은 것을 모아다 가져다주게 되면서 시작했다. 어느 순간 물건이 흔한 세상이 되다보니 헌 옷을 찾는 이가 없어졌고 작업실에 쌓아지게 되며 그것들이 작업의 재료가 되었다.
작업의 주제와 재료는 그 예술가를 담는다.
25년 이상의 작업과정에서 다행히 버려지는 것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버려지는 것
가능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
쓸모가 다한 것의 효용
물질을 이해해보는 것
사물에 대한 사유
버려지는 것은 작업시간이 걸린다. 일상용품이 쓰레기가 되고 내게 와서 작품으로 창작되는 시간. 이는 자연스럽게 시간을 갖는 것이고, 삶을 관조해야하는 것이다.
멈춤!
환경작가라든가 시민운동을 하는 차원의 것은 아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일상을 바라보고 작가로서 마음을 쓰는 것이다.
이래서 이번 전시는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작업의 전 시간을 돌아보아야 했고 완성품의 전시라기보다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으로 성매매업소였던 이 건물의 비상통로 1층에서 5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관람할 수있다.
<땋기- 그 연대의 힘> 2021~2022, 설치
버려지는 천을 머리 땋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 그 이어져 있음을 나타내고자 한다. 비록 한 줄의 천이더라도 다른 조각들과 연결되면 튼튼한 구조의 줄이 된다. 여리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더라도 누군가와 함께하면 힘이 두 배 세 배가 되어 연대의 힘을 형성한다는 설치물이다. 현장 설치할 예정이고 이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리하여 설치과정에서도 혼자 만이 아니고 어르신, 여성, 장애인 등이 참여하여 땋기의 과정에 동참하게 할 것이다. 또한 전시공간이 이 한 줄 한 줄의 작품들이 쌓여서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형식이다.
시간, 노동, 연대, 여성, 환경, 재생, 새활용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가장 빛나는 순간의 당신, 기둥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