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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Oct 12. 2024

몇 개월로 해 드릴까요?

가계부채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말이 아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는 주말엔 항상 장을 보러 간다.
마트보다 재래시장에 오전에 가서 싱싱한 식재료를 직접 보고 사야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오르는 게 식품 값이라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놀랄 만큼 오른 가격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심지어 흔하디 흔한 시금치나 풋고추도 생산지 가격이 오르면 아예 가게에 들이지 않는 상인도 많다.
요즘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엄마들은 벌써부터 금년 김장을 고민하고 원래 유동이 심한 채소 가격은 이상기후 때문에 예측을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하우스 재배, 시설 재배로 제철이 아니어도 채소는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고 공급량도 한정적이라 금값으로 치솟은 채소는 더욱 구경 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뉴스를 보면 배추 대신 양배추와 양상추로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요리는 비슷한 품종이어도 식자재가 다르면 맛은 떨어진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대량으로 김치를 담그며 사람이 대형 소금물속에 수영하듯 일하는 장면이 보도된 후 저렴한 중국 김치에 대한 인식이 불매로 이어진 적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기존 가격의 김치는 수입이던 아니던 사 먹기 망설이는 엄마들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편의점 싼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젊은 층이 증가한 탓에 편의점 음식도 다양해졌지만 하루 종일 일터에서 근무하는 우리 아들, 딸의 건강이 염려되는 것은 자식 있는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물가가 올라서 오죽하면 뉴스에선 식당에서 메뉴 고를 때 음식 가격 안 보고 주문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대부분 어르신들은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 않지만 점심시간에 맥도널드에서 식사를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주 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회식을 하듯 대여섯 엄마들이 모여 단체로 맥도널드에서 모임을 갖는 경우도 어색하지 않다.
인건비 때문에 규모가 큰 대형 식당도 비싼 요리가 아닌 탕과 같은 식사는 키오스크(kiosk)로 주문한다.
아무리 고물가 시대라 해도 먹을 것은 사 먹어야 하고 의식주를 구성하는 필수품도 반드시 사야 생활을 할 수 있다.

우려해야 할 사실은 물가가 오르면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의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월급만 제외하고 모든 게 오르다 보니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앵겔지수 때문에 걱정이 많다.
여유 있는 사람들도 요즘 비싼 식당은 꺼리게 되고 오랜만에 하는 모임도 자기가 사는 날은 부담이 된다.
이런 사정은 세계가 마찬가지여서 미국과 선진 유럽의 나라들은 고물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이란이 스라엘 전쟁에 개입하면서 오일 가격에 비상이 걸렸는데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의 지표가 되기 때문에 선진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고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 각국이 먼저 직격탄을 맞았고 러시아에서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여러 나라들은 오를 대로 오른 가정용 에너지 가격도 감당해야 하고 자동차도 맘대로 운전하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고전 중인 것은 유럽과 다르지 않다.
물가상승으로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베이컨 가격이 너무 올라 미국 가정은 물론 베이컨으로 샌드위치와 햄버거를 만드는 상인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장바구니 물가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베이컨 가격이 자그마치 60%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FED(미국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빅컷을 단행해 금리를 0.25%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Big cut는 중앙은행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0.5 포인트 이상 내리는 것을 뜻하고 미국 연준이 Big cut를 단행한 이유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한  상황이라 고물가를 조금이라도 잡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지난 9월 미국이 금리를 내리자 어제 한국 시간 2024년 10월 11일 한국은행도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다.

지구촌 글로벌 세상을 실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매일 마시는 커피부터 갈증 날 때나 모든 음식에 어울리는 콜라도 수입품이고 누구나 즐겨 신는 운동화도 국산 제품을 신는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외국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는 현지음식을  수도권에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시대이며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은 쇼핑몰에서 가격이 내리면 직구로 명품도 사야 하고 오리지널 수입 명품을 입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제작하고 외국 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라이선스 상품이라도 입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짝퉁이어도 해외 브랜드는 붙어 있어야 제대로 입은 것 같은 시대이다.
또한 국내에서 제작하고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상품은 의류가 아니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할리우드 개봉작은 미국과 같은 날 개봉하고 유튜브로 보고 듣는 팝송과 외국 프로그램은 해외로 돈이 빠진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정치를 탓하고 정권이 잘못됐다며 정부만 비난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천연자원이 전혀 없는 나라이고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한 돈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한국 수출의 60% 이상을 미국으로 하고 있으며 가까운 중국과의 교역도 엄청나다.
야권에서 지나칠 정도로 친미국가라느니 한국은 미국 경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나라라고 비판해도 이미 연동된 세계 경제의 기류를 바꿀 수는 없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빠져나갈 재간 없이 한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몸살을 한다.
만일 미국이 금리를 올렸는데 한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한국 모든 수출입에 제동이 걸리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기업들은 비상이 걸리며  얼마 못 가서 부도나는 회사가 속출할 것이다.
삼성 갤럭시 휴대폰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간이 오래됐고 삼성 전자제품의 선호도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
만일 한미간의 정치적 마찰로 인해 미국에서 삼성 갤럭시 폰을 불매 운동이라도 한다면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은 반드시 강하게 지켜야 하지만 우리 상품 엄청나게 사 주는 미국 기분 좀 맞춰준다고 해서 나라 위상 떨어지지 않거니와 실리 없는 외교는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2년 전 바아든 대통령이 방한 때 의전행사 건너뛰고 삼성반도체 공장먼저 방문한 사실은 이제 외교도 경제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증명이다.

세계가 고물가로 난항이고 한국 경제도 해결책이 없는 상태라 전 국민의 심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불안정하면 신용카드 사용은 급증한다.

고물가 시대라 식당에서 식사 값을 결제할 때 10만 원이 넘으면 "몇 개월로 해 드릴까요?"라고 직원이 물어본다

그만큼 식사 값도 할부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아무리 현금이 넘쳐나는 부자라 해도 현금으로 물건 값을 계산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카드로 계산할 때의 심리적 작용을 자세히 보면  카드는 현금과 달리 돈을 세고 지불한 후 거스름돈을 받는 물리적 작용이 없다.
지갑에 있던 돈이 없어지는 현금계산과 다르게 카드로 결제하는 행동은 뇌의 중추가 일시적으로 마비돼서 과소비 상태의 죄책감이 감소된다는 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 너무 과용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카드결제 후 카드를 그대로 돌려받는 행동이 뇌가 많이 쓴다는 감각을 덜 한다는 것으로 돈으로 계산하고 지갑의 돈이 없어지는 상태보다 실제로 느끼는 과소비의 죄책감은  적게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무절제한 쇼핑을 하게 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 카드결제이고 다음 달 결제 걱정에 일시불 보다 할부 결제를 많이들 하지만 결국 할부결제도 가랑비에 옷 젖듯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해야 한다.

즉 생활이 어렵다고 본인의 수입을 초과하는 카드 사용은 연체에서 신용불량으로 진행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2024년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1900조 원이 넘어 현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24년 GDP 대비 105%를 상회하고 있는 액수이며 OECD 국가 평균이 65%에 비하면 위험한 수준이다.

이러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에 시한폭탄이 되어 2008년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분명한 리스크(risk)이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DSR 규제 강화하고 고위험 대출은 제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인 소득 증가율이 부채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부도와 같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전 국민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딴 세상 일이라고 생각하는 안전불감증과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마음이 국가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느끼며 살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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