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속했던 시절에 대한 끝
그 속에 담긴 허탈함과 절망, 애환
새로운 시작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무너져 내린 시절이 있나요?
저는 없습니다
그저 잠깐 넘어진 적만 있을 뿐입니다
"It's the end of an era!"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빅’이 뉴욕을 떠날 때 ‘캐리’가 했던 말이다. 뉴욕에 사는 걸 큰 자부심으로 여기며 캐리의 모든 삶이 녹아있는 뉴욕. 그리고 그녀의 뉴욕을 더 특별하고 애틋한 장소로 만든 빅. 빅과 뉴욕은 따로가 아닌 ‘뉴욕의 빅’, ‘캐리와 빅의 뉴욕’이었다. 빅의 부재는 그야말로 뉴욕의 종말을 의미했으며 앞으로 맞이할 뉴욕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뉴욕(New 뉴욕?) 이었다.
한 시대의 끝을 맛보는 것. 그건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고 사랑해야만 알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나 역시 학창 시절과 군대를 마치고, 여러 번의 이직과 이사를 거치며 나는 종종 “It's the end of an era”를 외쳤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의 한 시절이 끝났다는 실감은 나지 않았다. 빅을 잃은 캐리의 뉴욕만큼 내가 지나온 시절은 애틋하지 않았다.
끝나버린 나의 한 시절에 대한 상실감보다는 오히려 새롭게 시작할 미래에 대한 들뜬 기대감과 불확실성에서 오는 야릇한 긴장감이 더 컸다. 이런 나의 감정은 완전히 몰입한 것도, 사랑한 것도 없다는 방증이다. 절실하고 애절하게 갈망하고 나의 온 진기를 쏟아내는 대상을 찾아내고, 그것을 잃는 날 난 뉴욕의 캐리가 되어 말할 것이다.
“It's the end of an 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