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캐기 위해 청바지와 곡괭이를 샀다.
아래 글은 토스 DRAFT 공모전에 제출했던 글입니다.
당선이 되진 않았지만, 아까운 마음에 브런치에 올려둡니다.
---------------------------------------------------------------------------------------------------------------------
외벌이 가장이라 그랬을까? 둘째가 태어나는 날이 다가오자 월급 말고 추가적인 소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빨리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돈을 더 벌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작년 초부터 N잡 관련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블로그, 유튜브, 글쓰기 등 꽂히는 주제마다 닥치는 대로 들었다. 나중에 정리해보니 온라인 강의비에 쓴 돈만 해도 150만원이 넘는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 관련된 베스트 셀러 책들도 많이 사서 읽었다. 이때 쓴 책값만 20만원정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추가적인 수입을 단 1원도 벌지 못했다. 이대로 괜찮은건가?
우선, 나를 돌아보자. 그래 내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 문제 1번이다. 요즘 내가 지인들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오 유튜브 해야하는데’, ‘아오 인스타그램 해야하는데’… 이 말인 즉슨 아직까지 내가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많은 강의를 들었는데 왜 못했을까? 일단 꽂히는 주제가 없어서 시작을 못하겠다. 많은 랜선 멘토들이 본인이 좋아하거나/잘하거나/관심있는 분야를 주제로 정하라고들 하는데…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고 관심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모든 N잡 클래스 강사들이 ‘그냥 일단 하라’, ‘고민하지말고 시작하면서 익혀라’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찾기 위해 벤다이어 그램까지 그려가며 나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했다. 여러 리스트를 작성해서 주제 후보들을 살펴봐도 이거다 싶은 끌리는 주제가 없었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다면, 중간 정도로 잘하는 것 2가지를 조합해서 하면 괜찮다고 해서 그것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딱히 적합한 게 없어 보였다. 생각해보면 나의 삶 속에서 뚜렷한 취미나 취향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기 때문에 일단 나의 회사생활을 돌아보며 내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다. 브런치를 개설하고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대해 써봤다. 회사일과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을 하며, 글을 스무개쯤 작성했다. 딱 한달을 하곤 더 이상 새로운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친걸까? 소재가 다 떨어져서 일까? 환경설정이 문제였을까…… 그렇게 고민하던 중 둘째가 태어나면서 아예 브런치는 잊혀지고 말았다.
하지만 둘째가 비우는 분유통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이번에는 유튜브다. 유튜브 채널을 키워서 광고수익도 발생시키고, 퍼스널 브랜딩도 해서 여러 가능성들을 시험해보자는 야심찬 계획. 그래서 50시간 가까운 유튜브 강의도 듣고 필기도 하며 공부를 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실버 버튼을 받아 최애 유튜버와 합방하는 상상까지 했건만…… 결국 유튜브 채널 개설만 하고 아무 영상도 올리지 못했다. 유튜브는 영상 하나 찍어서 올리기까지 너무 많은 단계들이 있는데 심리적 허들이 높았다.
그 외에도 시나리오를 써볼까 해서 관련 클래스도 여러 개 들었다. 소설쓰기, 시나리오쓰기, 실제 영화감독들 온라인 강의도 들었는데, 아직까지 시나리오는 한 줄도 못썼다. 그러다 스마트스토어나 온라인 마케팅 관련해서도 기웃거려봤지만 특별한 결과는 없었다.(왜냐하면 실행한 것이 없었으므로….)
그러다 이제는 정말 마음을 독하게 먹자고 다짐했다. 올해 1월 신년 계획을 세웠다. 내가 5년동안 꾸준히 할 것을 정해서 지속해보자! 그렇게 고민하며 [원씽]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한가지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 주제였다. 그래, 이제 한가지만 진짜 쭉~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게시물 3개 올리고 그만 두었다.
이 정도면 ‘그만두기’를 꾸준히 하는 상황이었다. 왜 계속하지 못하는 것일까. 애기 키우느라 시간이 없어서 그런건가? 마음이 너무 조급했나? 내 환경이 N잡할 수 없는 환경인가…자기계발 유튜버들 보니까 환경설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던데 그렇게 자책하고 있었는데 유튜브 클립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금광을 찾으러 몰려들었다. 그 때 가장 큰 돈을 번 사람은 바로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라고 한다. 즉, 금광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도구를 판 사람들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도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자산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내집마련에 대한 불안이 커진 직장인들이 N잡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수요에 맞춰 ‘돈 버는 방법’을 판매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었다. 21세기 디지털 금광 시대의 청바지와 곡괭이는 돈 버는 노하우가 담긴 전자책과 강의인가보다.
그래서 깨달았다. 아하, 나도 이제 21세기 디지털 금광에서 금을 캐는 사람들을 위해 방법을 알려주는 도구를 팔아야겠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N잡으로 돈을 벌어본 뒤 그 방법론을 판매하던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돈을 벌어봐야 돈 버는 방법을 판매할 텐데 돈을 벌기 위해 돈버는 방법을 판매할 수 없는 딜레마일까…
최근에 ㈜바이브컴퍼니 송길영 부사장님의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운 좋게도 손들고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인공지능 시대에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빨리 좋아하는 것을 찾고, 축적의 시간을 가지세요’라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님이 유튜브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다. ‘돈은 진정성이 있는 사람에게 간다’ 즉, 진정성이 있어야 꾸준히 오래하면서 축척을 할 수 있다는 말. 또 김미경 강사님이 이런 말을 했다. 돈버는 것에만 집중하면 스마트스토어를 해야지, 결국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해야 돈을 번다.
음, 세 분의 이야기는 결국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진정성 없는 사업은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다. 계속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의 N잡을 위한 지난 소비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한번씩 간을 봐 봤으니 그 중에서 가장 나랑 맞는 콘텐츠나 플랫폼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하려고 한다.
그 고민의 일환으로 이렇게 토스 Draft에 에세이를 제출한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N잡으로 하고 싶은 일도 찾을 수 있겠지. (그리고 우승 상금 200만원을 받으면 N잡 강의에 사용한 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면서…. 토스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이 글을 브런치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