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영어 회화를 잘하는 방법
첫 직장에서 입사 첫 주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설명을 들었다. 우리 팀의 주요 역할은 글로벌 고객과 내부팀 간 기술적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다른 건 몰라도 영어를 잘해야 했다. 그것도 매우. 처음엔 선배들 쫓아다니며 회의에 참석했는데 죄다 영어였다. 메일 계정이 생기고 수신함에 들어오는 메일들이 죄다 영어였다. 입사 전에는 몰랐으나 영어를 못하면 업무가 불가한 곳에 배치받았다.
문제는 내가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한국식 영어 교육의 표본이었는데 당연히(?) 영어로 쓰기와 말하기를 못했다. 그나마 취업준비를 위해 영어회화 학원 조금 다니고 스크립트를 달달 외워서 필수 영어 점수를 땄다. 그리고 영어 면접 때도 자기소개에 나올만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영어 스크립트를 달달 외웠다. 다행히 준비한 부분이 질문으로 나와 외운 대로 면접을 쳤다.(나중에 듣고 보니 나를 뽑으신 팀장님은 면접에서 내가 막힘없이 말하는 것을 보고 영어를 꽤 하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후회 섞인 말투였다 ㅎㅎ)
그런데 실제로 외국인과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 없던 나는 고객과의 첫 전화 회의에서 멘붕이 왔다. 정말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냥 통상적인 인사말에도 나는 패닉이 와서 쏘리... 아윌 체크.... 쏘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1시간의 회의를 종료했다. 옆에서 C.C를 참관했던 선배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 영어 할 줄 안다며?'
그때부터 나의 기준 미달 영어 실력은 팀 차원의 문제사항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의 노동법의 보호로 당장 잘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당시 매우 절박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당장 새벽에는 사내 영어 수업, 퇴근 후에는 전화영어 수업을 들었다. 또, 영어 잘하는 법에 대해 엄청 찾아보기도 했다. 책, 유튜브, 구글링 등을 통해 영어 잘하는 법을 연구했는데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나한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았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지나자 어느 정도는 선배들 도움 없이 영어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1년 정도 지나자 외국인 고객들과의 영어 미팅을 리드할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업무 성과도 계속해서 개선되어 나름 내부, 외부에서 인정받는 사원이 되었었다. 심지어 당시 신혼여행을 캐나다로 갔는데 다른 팀 동료가 '영어를 잘하니까 영미권으로 가는구나~'라며 부러워하는 멘트를 할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성과가 가능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간단하게, 비즈니스 영어(특히 회화)가 급한 사람들에게 나만의 Tip을 전한다.
1. 마인드 세팅 - 영어는 나에게 외국어라는 것을 인정하기
우선,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만큼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한국어 기준으로 영어 구사 능력을 비교하기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있다. 특히 우리가 영어로 말을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듣는 사람이 나의 영어실력을 듣고 평가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걸 먼저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영어 실력이 완성되면 말해야지'라는 착각에 빠진다. 아니다. 지금 버벅거리면서 말을 시작해야 언젠가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영어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되뇌었던 말은 '외국인 고객에게 난 외국인이다'였다. 실제로 비즈니스 영어를 구사하는 환경에 처해있다면, 비즈니스 상대방이 내 영어실력을 채점표 들고 평가하지 않는다. 외국인 담당자도 본인이 맡은 일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면 거기에 맞춰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인도 고객과 영어로 소통하면 발음과 엑센트가 달라서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물론 그들에겐 우리 발음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즈니스를 안 할 텐가? 아니다. 서로 영어 시험장에 와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찾는데 더 집중하게 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겠다.
만약 영어로 전화나 미팅을 하는데 도저히 잘 안 들리면?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메일로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반대로 내가 할 말이 있으면, '메일로 다시 보내줄게~' 하고 회의를 마무리하면 된다.
메일을 쓰거나 읽을 땐 내용을 번역기를 돌리든 누군가에게 물어보든 어쨌든 작성과 해석이 가능하다.
결론은, 비즈니스 영어회화에서 어떻게든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한 영어를 구사하면 된다. 내가 미국 대통령처럼 멋들어진 연설을 할 필요는 없다. 나도 알고 너도 알다시피 나는 영어가 제2외국어다. 짧고 간결하게 말하자. 모르겠으니 메일로 달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영어 말하기에 대한 근거 있는 자신감이 '마인드 세팅' 되면, 시작이 훨씬 쉽다.
2. '단어'가 아닌 '용어'를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처음 입사를 했을 때, 선배가 엑셀로 정리된 목록을 줬다. 업무 소통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정리된 용어집이었다. 대부분 줄임말들이 많았고 내가 알고 있는 뜻과 다르게 사용하는 단어들도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거 아닌 내용들이었지만, 처음에는 모든 게 새로워서 그 용어들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런데 해당 단어들이 익숙해지자 영어 미팅에서 해당 단어들 위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만 파악되고 내가 뭘 말해야 하는지 정리된다면 간단한 단어 위주로만 소통하면 됐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영어 실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용어 실력'이 부족해서 더 헤맸던 것 같다.
꼭 전문 영어가 아니더라도 해당 직군, 비즈니스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있다. 같은 단어들도 뜻이 다르고 약어들도 많고 보안 때문에 코드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처음에는 영어 단어 외우듯이 용어들을 외우고 익혀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3.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확보하기(Input/Output)
2차 세계 대전 때, 적국에 칩입할 스파이를 기르기 위해 외국어를 빠르게 익히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해당 외국어로만 소통시키면 6개월 만에 유창하게 해당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해당 언어를 계속 듣고 읽으며 집어넣고(Input) 계속 말하고 쓰면서 사용하면(Output) 뇌구조가 바뀌면서 해당 언어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여유가 되면 어학연수를 가나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Input 대비 Output이 적다. 듣거나 읽기는 많이 하는데 쓰거나 말하기는 적게 한다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 매일 영어로 미팅하고 메일을 쓰다 보니까 Output이 하루 8시간은 있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껴 TED 강연 스크립트를 필사도 하고 저녁에는 전화 영어를 하고, 새벽에는 초급 회화반에 등록했었다. 어떻게든 영어를 많이 쓰고 말할 수 있는 환경 설정이 필요했다.
또 Input도 늘리고자 했는데, 평상시에도 영어에 최대한 노출하고자 노력했다. 출퇴근 길에 무조건 TED 강연을 들었고 주말에 쉬는 시간에도 영어자막을 켜고 영어로 된 콘텐츠를 보려고 했다. 그리고 핸드폰 설정, 브라우저 설정의 기본 언어도 영어로 바꿨다. 그때는 정말 절박했었기 때문에 뭐든 다 영어로 설정해야 했다.
4. 나만의 교과서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건 많은 초급자들이 놓치는 부분인데,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하나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서 씹어먹으면 좋다. 어떤 책에서는 영화 한 편을 통째로 보라고 하는데, 영화는 100% 대사로 이뤄져있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스피치 콘텐츠를 추천하는 TED만 한 콘텐츠가 없다.
나 같은 경우 TED 콘텐츠 마음에 드는 영상을 골랐다. "The happy secret to better work | Shawn Achor" 12분짜리 영상이었는데, 내용도 긍정적이고 무엇보다 듣는 내내 재치 있는 농담과 청중의 웃음소리가 들려서 지루하지 않았다. (https://youtu.be/fLJsdqxnZb0)
한국어 자막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영어 자막으로 보고, 받아쓰기를 하고, 스크립트를 다운로드하여서 소리 내서 읽어보고, 셰도잉(재생해놓고 따라서 소리 내는 것)도 하고, 출퇴근 때도 해당 영상 자동 반복 재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렇게 되자 어느 순간부터 원고를 보고 읽으면 해당 영상을 제법 그럴싸하게 흉내 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 발음 기호 공부와 발성
영어를 쓰기만 하면 상관이 없지만, 회화를 해야 한다면 꼭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발음기호와 발성이다.
우선, 발음기호를 정확히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몇 안된다. 우리나라는 초중고 영어교육에서 단어는 많이 외우라고 시키면서 단어의 발음기호에는 관심이 없다. 전형적인 수능형 교육이라 말하기가 필요 없기 때문인데, 발음기호를 모르면 단어를 검색해서 뜻은 이해해도 말할 수 없다. 우리는 12년 동안 영어의 절반만 학습해온 것이기 때문에 영어회화를 못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공부하는가? 네이버/다음 어학사전 들어가서 단어 몇 개 검색해보고 발음기호와 재생되는 소리 구분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 사실 패턴이 많지 않아서 직접 정리해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또, 영어 회화를 잘하냐 못하냐를 가르는 기준이 있다. 바로 발성이다.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소리가 앞쪽으로 난다. 그런데 영어는 몸 안쪽에서 소리가 나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국식 발성으로 영어를 하면 된소리가 많이 나서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차이는 설명해주지 않고 외국인만 데려다가 따라 하게 시키면 된다고 생각한 게 한국식 영어 교육의 패착인 것 같다.)
이건 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전문 강사님들이 설명해주시는 내용을 꼭 확인하라. 그리고 실제로 해당 차이를 터득하고 적용하는 순간.... 영어 회화 실력이 정말 2~3배 확 늘어난다. 그중 한 영상을 하나 추천한다 (https://youtu.be/2 JEIhimp5SY)
마지막으로,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할 말이 없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자. 갑자기 길을 걷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말해보세요!라고 하면 어떤 말을 하겠는가? 영어/한국어 상관없이 할 말이 없어서 아무 반응도 못할 거다. 영어로 회의를 하다 보면, 한국어로도 본인의 생각이 정리가 안되었는데 영어로 말하려고 하니 더 버벅거리는 경우가 많다. 여유가 된다면 본인의 생각을 미리 정리하고 영어 키워드를 적어서 회의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적어도 내용을 몰라 버벅거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영어 회화는 몸을 쓰는 운동과 비슷하다. 계속해봐야 실력이 는다. 일단 해보면서 감을 찾아야 한다. 축구 영상을 찾아보고 공부해도 직접 운동장에 나가서 공을 차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영어도 계속해서 해보자 그래야 실력이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