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M의 인턴후기
Q. 인턴을 시작했던 당시를 돌이켜보면 어땠나요?
Int. M :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뭣 같았죠 하하. 하루 만에 제 주위의 모든 것이 바뀌다 보니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니까 슬슬 적응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인턴 일도 꽤 괜찮더라고요.
물론 일이 손에 익지 않고 환경도 익숙하지 않으니 막막하고 힘들긴 했죠.
그래도 중간에 인턴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이잖아요. 월급을 받는데 이 정도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턴을 시작하기 전 지레 겁을 먹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어요. 1년 내내 일에 치여 사는 것도 아니고 힘들 때가 있으면 여유로울 때도 있으니까요.
길었던 학생의 삶이 끝나서 좋기도 했어요.
돈을 내고 입장에서 돈을 받는 입장이 되었으니까요 하하.
Q.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이 있나요?
Int. M : 3월 2일 첫 당직 날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날은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단 한순간도 쉬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까지 힘들게 일 할 건 아니었는데 그때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게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일 하나하나가 버거웠을 때니까요.
그때는 '정규 일'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어요. 콜이 안 오면 그냥 일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나중에 일 폭탄을 맞았죠.
콜이 없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걸 왜 몰랐었을까요?
그날 당직 때 코드블루도 3번이나 터졌어요.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CPR을 해보았던 그때가 잊히지 않아요. 그저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건 천지차이였죠.
첫날 당직 날 이외에도 인턴 시험이 끝나고 레지던트 합격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죠. 시험도 생각했던 것보다 못봤고, 면접도 다른 인턴들에 비해 너무 심심하게 끝났었거든요.
결과를 당최 가늠할 수가 없어서 많이 불안했어요. 소위 말해 쫄렸죠.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에요.
그 상태에서 일까지 해야 하니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힘들었어요.
Q. 좋았던 기억은 무엇이 있나요?
Int. M : 레지던트 합격했을 때가 제일 좋았죠.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 지난날들이 결실을 맺었구나 하며 너무 뿌듯했어요.
거기에다 평가받는 삶이 끝나서 굉장히 후련했어요. 점수를 잘 받고 못 받고를 떠나서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꽤나 신경 쓰이거든요.
아 더 이상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퇴근하고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일하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생겨도 공부해야 했어요. 완전히 번아웃이 되었죠. 돌이켜보면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저도 그때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요.
참 힘들었네요.
Q. 과를 지원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요?
Int. M : 전 제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과를 골랐어요. 결국 직업은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이니까요.
저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삶을 원해요.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시간적 여유요.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삶,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은 삶을 원했고 그렇게 살수 있는 과를 가고 싶었어요.
전 가고 싶은 과를 정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을 적게 벌어도 편한 삶을 원하는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리 바빠도 환자들과 24시간 함께하고 싶은지요.
그러니까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 싶은 본인 성찰이 필요해요. 인턴을 시작하는 나이는 적어도 26살이니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예요.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병원 실습을 하면서 치열하게 생각을 해야하죠.
어떤 과를 하고 싶은지는 PK 때 다르고 인턴 때 다르거든요.
과에 집중하다 보면 그런 순간순간 본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본인만의 단단한 기준이 필요해요
Q. 우수한 인턴이란 어떤 인턴인 것 같나요?
Int. M : 적당히 하는 인턴이요. 누군가가 과하게 열심히 하면 다른 인턴들이 힘들어져요.
교수님들의 인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지 않는 인턴이 훌륭한 인턴이라고 생각해요.
어찌 되었건 인턴은 평가받는 존재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인턴이 인턴이 안 해도 되는 일까지 자발적으로 한다던가, 오프나 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일을 하게 되면 평가를 하는 분들에게는 그 인턴이 기준이 되어버려요.
'아 이 정도는 하는 인턴들에게만 좋은 점수를 주어야겠다' 하고 말이죠
환자를 위해서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그저 좋은 평가를 위해 과하게 열심히 하는 자세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Q. 순환근무는 어땠어요?
Int. M : 너무 좋았어요. 저는 혼자서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걸 좋아하죠.
그런 점에 있어서 순환근무는 저에게 정말 잘 맞았어요. 주기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그리고 한 병원에서 오래 있으면 재미가 없어요. 익숙해진 후에는 비슷한 환경, 비슷한 업무의 반복이 될 뿐이죠.
늘 새로운 환경에 마주할 수 있는 순환근무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Q. 인턴을 마무리하는 지금,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Int. M : 인턴생활이 꽤 할만했고 재미있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1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이 일을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할 겁니다 하하
동기들과의 트러블 없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어요.
만약 1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인턴생활을 한다고 해도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최선을 다했고 지난 시간에 아쉬움은 없어요.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했기에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턴은 '이번에 잘 못하면 다음 기회에 잘해야지' 가 아니라 '한 번에 잘하자'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Q. 곧 인턴을 하게 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Int. M :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눈에 띄는 일들만 한다던가, 본인이 편하기 위해 일을 다른 인턴들에게 떠넘긴다던가 하는 건 언젠가는 본인에게 돌아오게 되어있어요.
화가 올라와도 한 번만 참고, 힘든 일이 있다면 서로 도와주세요.
동기가 부탁할 때는 잘 들어주고 또 이해해 주고요. 언젠가는 반대로 내가 부탁할 일이 분명 생기거든요.
그리고 멘탈 관리를 잘해야 해요. 육체와 정신이 모두 지치는 순간이 분명 올 거예요. 그때를 잘 넘겨야 합니다.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결국엔 인턴을 시작하기 전 본인에 대한 성찰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번에 여러 가지를 이루려고 하면 금방 번아웃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전해주는 꿀팁은 연애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연애를 할 시간에 동기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눈물). 하하 농담입니다.
인턴을 하는 1년은 자기 본모습을 알게 되는 시간이에요. 극한의 상황에 몰릴 때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그게 본인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마세요. 교정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힘들 때도 훌륭한 사람은 많이 없어요. 그러니 사람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