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과자 잘~~~ 먹는 방법
다섯 살 미남이
어느 날, 텅 빈 놀이터.
미남이가 빼빼로를 먹고 있는데 한 아이가 놀이터에 나왔다. 동생도 같이 나눠 먹자고 부탁하자 상자 안에 달랑 두 개 남은 빼빼로를 확인한 미남이.
"이건 맛이 없어서 넌 못먹어, 알겠지?"
저쪽으로 쌩 도망간다.
"미남아 넌 잘 먹으면서 왜 친구에게 맛이 없다고 했어? "
"사람 마다 입맛이 다른 거잖아요?"
미남이 하원 마중을 나가면서 다른 아이들 몫까지 팩 음료 세개를 챙겨서 미남이 어린이집 가방에 넣어둔 날이었다. 볼이 빨개지도록 신나게 놀던 미남이가 목이 마르다며 가방을 열었다. 음료는 세팩 놀이터 아이는 네 명.
한개가 부족하다. 난감한 상황을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미남이에게 설명했다. 기다렸다 마시겠다면서 기특하게 가방을 닫고 놀던 친구에게 뛰어갔다.
다음날,그네 타던 미남이가 급하게 그네를 멈추더니
쪼르르르 달려갔다.
막 엄마랑 놀이터에 도착한 친구 앞에 딱 멈추더니
"안 줄 거면 자랑하지 맛!!!!"
다짜고짜 호통을 쳤다.
아이는 손에 커다란 양파과자 한 봉지를 들고 있었다.
"호호호홋 미남이 똑똑하네? 그래 미남이 말처럼 과자는 나눠먹어야 하는 거지? 근데 친구도 나눠먹으려고 했으니까 미남이가 봉지 열 때까지 조금 기다려 줄래? "
평소에 텐션 좋은 아이 엄마는 그 상황을 이렇게나 센스 있게 수습했다.
사고는 미남이가 치고 사과는 내 몫이다.
"우리 미남이 역시 똑똑하네 미남이 정답 딩동댕~ "
같이 있던 미남이 절친 여자 아이 아빠도 내가 피할 쥐구멍을 이렇게 열어 주었다.
양파과자는 놀이터 아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졌다.
집에 들어가면 목욕탕에서 앞으로는 친구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자고 얘길 해야 하나 고민거리가 또 생겼다.
다섯 살은 잔소리 화수분 시절인가.
매일매일 해야 할(해줘야 할) 잔소리가 끝이 없다 .
'오죽하면 할머니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하는 말을 아이
입으로 할까?
그리고 몇 날이 지났다.
전날 결혼식에서 받은 쿠키 상자가 열리지 않고 그대로 식탁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퍼백 몇 개를 꺼내 종류별로 담아서 미남이를 만나러 갔다.
군것질 뒤는 저녁을 부실하게 먹는 미남이 때문에 웬만하면 과자를 꺼내지 않으니 준비해 간 쿠키는 비상용 간식이다.
그 날, 놀이터에서 놀던 여자 아이가 엄마품에 안겨 나도 쭈쭈바 쭈쭈바 하면서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근처에는 쭈쭈바를 입에 물고 초등학생 아이 둘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가방에 있는 쿠키 봉지를 꺼내 혹시 이거라도 괜찮으면 달래 보라고 했다.
꿩대신 닭인지 닭대신 꿩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아이는 쿠키 한 봉지에 금세 울음을 그쳤다.
비상식량이 세일러문 요술봉이 됐다.
언제 봤는지 여자아이 앞에 미끄럼틀 타던 미남이가 호시탐탐 먹이를 노렸던 매처럼 또 나타났다.
"미남아, 쿠키가 먹고 싶으면 나눠줄 수 있냐고 친구한테 부탁해 볼래?"
여자아이는 그 쿠키가 미남이 할머니 가방에서 나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슬러 가면 그 쿠키의 주인이 미남이란 것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미남이가 부탁도 하기 전에 지퍼백 쿠키 한 개가 미남이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쿠키가 미남이 입에 들어가기 바쁘게 또 한 개 자판기 마냥 연달아 내어 주었다.
그리고 주변 여러 아이들 손에도 쿠키가 쥐어졌다.
"너희들도 잘 봤지? 이렇게 사이좋게 친구들이랑 나눠먹어야 하는 거야, 알았지?"
"너도 이 친구처럼 하는 거야 알았지?"
"너도 잘봤지?"
"우리 철수도 이렇게 할거지?"
놀이터가 금세 엄마들의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