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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물젤리 Aug 23. 2023

할머니 친구 가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알아요?

다섯 살 미남이


예은이는 아빠랑 놀이터에 나온 날이면

집에 가기 전 늘 편의점에 들른다.


또래 친구들도 엄마 아빠 할아버지 손을 잡고 쫄래쫄래 편의점에 간다.

아파트 상가 편의점은 아이들에게 참새방앗간이다.


저녁을 앞둔 시간 편의점은 입 짧은 미남이 입맛을 깡그리 훔쳐가는 도둑이다.


좋아하는 마이쭈도 젤리도 사달라 떼쓸 만도 한데

순둥순둥(한가?) 미남이는 의젓하게 들어와 곧장 씻고 저녁을 먹는다.


같이 놀던 예은이가 아빠랑 편의점을 갔던 날

놀이터 의자 위에 놓여 있는 예은이 유치원 가방에

가만가만 얼굴을 댔다.


"미남이 뭐 해?"


"예은이 냄새가 나는지 보려고요"


"할머니, 예은이 가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알아요?"


얼굴을 들고 미남이가 물었다.


"음....예쁜 냄새가 날 것 같은데?"


"할머니, 예은이 가방에서는요 가방 냄새가 요"


호떡집에서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첫 봄 맞은 들에는 소거름 냄새가 

예은이 가방에서는 가방 냄새가 나는게 맞다.


내 입에선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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