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친구 가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알아요?
다섯 살 미남이
예은이는 아빠랑 놀이터에 나온 날이면
집에 가기 전 늘 편의점에 들른다.
또래 친구들도 엄마 아빠 할아버지 손을 잡고 쫄래쫄래 편의점에 간다.
아파트 상가 편의점은 아이들에게 참새방앗간이다.
저녁을 앞둔 시간 편의점은 입 짧은 미남이 입맛을 깡그리 훔쳐가는 도둑이다.
좋아하는 마이쭈도 젤리도 사달라 떼쓸 만도 한데
순둥순둥(한가?) 미남이는 의젓하게 들어와 곧장 씻고 저녁을 먹는다.
같이 놀던 예은이가 아빠랑 편의점을 갔던 날
놀이터 의자 위에 놓여 있는 예은이 유치원 가방에
가만가만 얼굴을 댔다.
"미남이 뭐 해?"
"예은이 냄새가 나는지 보려고요"
"할머니, 예은이 가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알아요?"
얼굴을 들고 미남이가 물었다.
"음....예쁜 냄새가 날 것 같은데?"
"할머니, 예은이 가방에서는요 가방 냄새가 나요"
호떡집에서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첫 봄 맞은 들에는 소거름 냄새가
예은이 가방에서는 가방 냄새가 나는게 맞다.
내 입에선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