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나 홍 May 06. 2021

밥 찾는 한국인



밥이라고 하면 온 인류, 나아가서 모든 생물이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근데 밥은 특히 한국인에게 더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먹보의 민족답게 밥에 의미 부여하는 게 큰 한국인의 특성은 언어 습관에서 많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살면서 보고 들었던 '밥'과 관련한 관용어구를 떠올려봤다.



안부 물을 때 : "밥은 먹고 다니냐", "왜 이렇게 말랐어~" (살 빠지면 죽는다는 듯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음을 기약할 때, 약속 잡을 때 : "밥 한번 먹자"


누구 뜯어말릴 때 :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린다" (누가 먹는지 사람에 따라 의견 분분)


일 : 밥벌이


교도소 가는 사람 : 콩밥 먹는 사람


혼낼 때 : "밥 먹을 생각 하지 마"


고마울 때 : "나중에 밥 살게~!"


재수 없을 때 : "밥맛 없어"​



심지어, 요즘 유행인 집착 광공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소설 속 인물마저 삼시 세 끼를 억지로 먹이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한국. (서양은 밥을 안 주는 거로 고문하더라.) 밥상 엎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극대노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해서 한국 영화에 잘 차려진 밥상을 이유 없이 뒤엎는 씬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하튼 나 또한 이렇게 삼시세끼 소중하게 생각하는 한국인 중 한 명이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끼니는 꼭 챙긴다. 새 모이 같이 먹더라도 끼니는 먹어야 하며, 끼니를 거를 정도면 정말 신변에 큰일이 생긴 것이다.​



도대체 밥이 뭐길래 우린 이렇게 끼니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한국은 농경 사회이다 보니 농사를 짓기 위한 힘을 내는 데에 탄수화물이 필수 요소였고, 실제로 그 당시에 밥그릇 평균 사이즈가 지금보다도 훨씬 컸다. 근데 지금은? 힘들었던 시기가 지났음에도 이렇게 문화적으로 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지금이야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루어서 굶어 죽는 일이 흔치는 않지만, 지금 당장 북한만 보더라도 그런 일이 허다하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 밥 때문에 사람이 죽고 살던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 한국인의 DNA에 태생적으로 박힌 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한국인의 밥은 정말, 정말 맛있잖아. 이십 대 초반 외국에서 잠깐 살면서 느낀 건, 진짜 서양 사람들 먹을 줄 모른다는 것. 아니, 어떻게 고기에 소금 후추질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먹고 저렇게 먹고 얼마나 맛있는데.. K-푸드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K-디저트 볶음밥 먹고 외국인들 눈물 한 번 흘려봤으면.​


한국에서 나고 자라 길들여진 이상 음식 때문이라도 외국에서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해져서 돌아온 해외 자취. 왜, 한창 유행했던 술자리 김치 게임을 보면 타지에 있는 한국인들의 한이 느껴지지 않나. 어떻게 해서든 김치를 먹겠다는 의지 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