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맛
어제 민생지원금으로 책을 사러 오래간만에 서점에 다녀왔다. 옛날에는 서점에 정말 많이 갔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구매하기 때문에 자주 가지 않는다.
그러다 최근에 서점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예전에는 눈에 띄어도 가지 않았다면 이제는 근처에 있으면 꼭 방문한다.
어제 서점에서 책은 딱 3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2권은 적은 느낌이 들고, 4권은 책값이 10만 원에 가까워져서 금액이 너무 높게 느껴진다. 도서 정가제는 도대체 언제 없어지는 것인지, 책 구매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낮춰주었으면 좋겠다.
서점의 책을 방문하기 전에 검색해 볼 수 없어서 방문 후에 서점 내부에서 조회를 했는데, 인터넷으로 미리 골라둔 책 중에 1권밖에 없었다. 나머지 2권은 책 제목과 목차를 하나씩 확인하며 겨우 골랐다. 나는 마케팅, 비즈니스 분야의 책이 구매하고 싶었지만 해당 코너가 작아서 고르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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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권 구매하고 70,000원을 냈다. 저 중에 한 권은 책 바닥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깎아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원에게 말은 꺼내볼 수도 있지만 바닥으로 책을 읽을 것도 아니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제나 책을 구매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마음이 든든하다. 읽을거리가 늘어나서 좋고, 나중에 책을 읽을 생각에 약간의 설렘도 있다. 평소 전자책을 읽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요즘은 전자책과 종이책을 병행해서 읽다 보니 집에 읽지 않은 종이책이 자꾸 쌓여만 간다. 최근에 전자책으로만 책을 읽어서 종이책은 영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까지 합쳐서 아직 완독 하지 못한 책이 23권이다.
꼭 책을 모두 읽고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괜찮은 책을 발견하면 바로 구매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 나간다. 사람마다 책을 구매하고 읽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좋은 방법인 것이다.
어제 서점에서 구매한 책들도 쌓여있는 책들의 일부가 되었다. 큰 서점에 방문했다면 쌓여있는 책들이 더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동네 서점을 방문한 게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면 갈수록 관심사가 넓어지고 있어서 서점에 방문하는 것이 더 즐거워졌다. 예전에는 자기 계발, 마케팅 분야로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어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해당 코너만 보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서점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오고 싶지가 않다.
최근에는 두 분야 말고도 경제, 경영, 여행, 역사, 철학 등으로 관심사가 넓어져서 서점을 구경하는 게 전보다 재미있다. 큰 서점에 간다면 볼거리가 많아서 하루 종일 머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관심사가 넓어지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의 습득은 그 분야에 한정되지 않으며,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해 준다.
인터넷으로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면 되는데 서점에 굳이 가야 할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서점에 가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조금 둘러보고 구매하는 게 편하기도 하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다음날 문 앞으로 책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울에서 대형 서점을 방문했는데, 서점을 둘러보며 다양한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데 메리트를 느꼈고 서점을 다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책을 살 때는 내가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보거나 카테고리에 바로 접속하기 때문에, 관심사 안에 갇히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서점에 방문하면 진열에 따라 훨씬 다양한 책을 봐야만 하는 환경이 되니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서점에 방문하는 것이 도파민이 샘솟는 일들 중 하나가 되었다.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떤 재밌는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