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핸 Apr 09. 2024

작가와 갤러리스트의 미묘한 관계

독일 친구들과 토론 속에서 얻게 되는 깨달음


작년 독일에 졸업하기 몇 달 전 같은 동기와 우리와 친한 후배들끼리 늦은 밤에 학교작업실로부터 나와 근처에 있는 펍에서 맥주를 마셨다.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열작하면서 남는 경우엔 눈이 마주치면 끝나고 인근 펍 혹은 작업실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는 일종의 소소한 문화가 있다. 후자 같은 상황엔 누군가 운 좋게 맥주를 미리 챙겨 놓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근처 대부분의 마트는 8시가 되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쉽게도 그 누구도 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다.


처음엔 교수, 학생 등의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부터 미술시장과 예술 본질에 대해 토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대화의 강도는 점점 올라가 “학교에 성공할 사람 아무도 없어!”, “그 성공의 다 같은 성공은 아닐 텐데?”, “그 녀석 작품은 구려!“와 같은 솔직하면서 비판적인 발언들이 마구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확실히 독일에서 오래 지내면서 느낀 점은 모두가 생각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대한다. 자기주장을 먼저 정확하게 표명하고 만약 무언가 마음에 안 들면 비판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독일인들의 모습 때문에 한국에서 익숙해진 예의에 따라 겉은 다르게 표현해 생각을 완곡하는 태도를 가져 예의를 차리는 익숙한 풍습에 가끔은 당황한 반응으로 부터 이제는 익숙해지게 되었다.


전쟁터와 같은 토론 중에서 평소 잘 나가고 아주 열심히 작업하는 친구 A가 “갤러리스트와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라는 솔직하고 폭탄 같은 주장이 가장 기억난다. 처음에는 ‘응 뭐지?‘와 같은 의구심을 땔 수 없었지만, 그 친구가 직접 목격했던 썰을 듣고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이야기에 따르면 학교에 또 다른 잘 나가는 동기 B는 중상위급 갤러리에 근무하는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를 만나 세세하게 진열된 작업들을 보여주는 도중, 기대한 반응과는 달리, “왜 이거는 스타일이 달라?”라는 질문을 듣고 그 친구는 조금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바로 예술인답게 한 가지 주제와 스타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들로 통해 새로움을 모색하는 과정이란 진정한 답변을 줬지만, 갤러리스트는 그 답을 듣고 난색한 얼굴로 “우리는 이런 걸 매번 원하는 데…”라는 답으로 끝냈다고 한다. 그 후 아쉽게도 추후에 별 연락은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 계기로 친구 A는 미술세계에 대한 환멸감과함께 그동안 기계처럼 열심히 해왔던 시간에 대해 회의감을 크게 가진 걸로 보였다. 그래서 A는 나한테 “그동안 매일 빠짐없이 아침부터 새벽까지 작업했던 건 미친 짓이었던 거 같아”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 걸 보아 그동안 마트마켓에 대한 이상이 많이 없어졌음을 짐작했다.


이제 A 친구의 발언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즉 갤러리스트는 하나의 회사처럼 늘 안정적이면서 명성을 서서히 높이는 방향을 지향하는 만큼 미술시장 트렌드를 따라 늘 같아 보이는 기계적으로 생산된 작업들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반대로 작가는 매번 새롭게 실험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고안하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입장인지라 갤러리스트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단 뜻이다. 그래서 결론은 ‘작가는 갤러리스트하고 절대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 못한다.’라고 볼 수도 있다.



Gagosian Gallery NYC (출저: Conde Nast Traveler)


Pace Gallery NYC (출저: Azure Gallery)


자본주의 사회로 잡힌 모든 회사들의 체계는 변덕스러움을 가장 기피함에 따라 일관적이면서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동반해 리스크를 줄이고자 한다. 갤러리도 당연히 작품을 판매하는 유통자의 역할을 함으로 위에 제시된 체계는 회사를 계속 불안정 속에서 유지해야 함에 따라 가히 필수적으로 명심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물론 최상위권 블루칩 갤러리들은 (Gagosisan, Pace, David Zwirner 등) 이에 대한 전략에 모두 도달함으로 실험적인 작품들을 모으는 데 힘을 더욱 많이 쓴다. 물론 각 갤러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모두 다르므로 완전히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데이터 집합의 평균값을 봤을 때 대부분 그렇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나는 갤러리 그리고 작가의 태도에 모두 비난 혹은 옹호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각자 현실적이고 복잡한 이해관계의 얽힌 상황이므로, 작가는 예술성과 자본 사이에 딜레마를 겪는 동안에도 갤러리 전속작가 아님 계약작가가 주는 혜택을 완전히 배재하지 못하는 너무나도 복잡한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완전히 해결을 하기에는 어렵겠지만, 개선만 된다면 이는 이미 좋은 결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트램(노면열차) 잡지함에 꽂혀진 맥주병들. 대부분 물 처럼 항상 지니면서 마시는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진이라고 본다.
작가의 이전글 삶은 팔레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