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라 봄 Oct 11. 2024

자유는 무슨 : 군대 가는 기분

프리랜서 첫 번째 프로젝트



재충전의 시간


10년 동안 몸담은 회사를 퇴사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잠깐 이직하고 재입사 하는 동안 11년 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우리 첫째와도 어디 놀러 간 추억이 없는 것 같아서 6개월 동안 우리 가족은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였다. 


그동안 고생했던 일을 잊고 싶었던 것 같다.


정직원 때 전문(전자 문서) 스펙 두꺼운 책, 책 한 권을 다 외우고 있었는데, 6개월이 지난 시점엔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갔다.


6개월 동안 퇴직금으로 살다가 슬슬 이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프리랜서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에 첫 직장 내가 신입 때 퇴사하신 김 과장님께 연락이 왔다.


"드디어 퇴사하고 쉬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때마침 좋은 자리가 있다고 하시면서 면접 한번 봐보라고 연락처를 주셨다.


김 과장님이 주신 연락처에 전화를 해서 면접 날짜를 잡았다.


정장을 입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꾀 연세가 지긋하신 분을 만났다.


나에게 악수를 청하더니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자고 하셨다.


그리 멀지 않은 커피숍으로 향하고 자리를 잡았다.


몇 분 후에 새로운 분이 오셨고 나의 이력서를 출력해서 들고 오셨다.


면접 분위기가 아닌, 그저 나의 이력서를 읽어보시면서 프로젝트 위주로 물어보시면서


"ooo여기 프로젝트도 하셨네요?!" 하시면서 


"여기 갑질 엄청 심하죠?! 저도 겪어봤어요. 하하하"라고 하셨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정자세로 앉아서 물어보는 말에 대답만 열심히 했다.


면접 보던 분은 "뭐 일단 잘 알겠습니다~"라고 하시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만난 분은 "음 B2B 전자결제는 금융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뭔가 반쪽짜리 커리어 같다"라고 하시면서 연락 주겠다며 헤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만났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당장 다음 주에 투입 결정이 났으니 이번 주에 노트북 꼭 구매하라고 하셨다.


투입?! 노트북?! 


그리고 단가?! 단가는 추천해 주셨던 김 과장님이 맞춰주라는 금액으로 맞춘다고 


통보 비슷하게 말씀해 주셨다.


그때 알았다. 


정직원 면접이 아닌 프리랜서 면접이라는 걸 


내가 처음 만났던 분은 김 이사님, 프리랜서로서 내가 계약할 업체였고


면접을 보신 분은 내가 들어갈 프로젝트의 PL(Project Leader) 님이었다.



투입 = 군대 가는 기분


김 이사님 말씀대로 주말에 급하게 노트북을 구매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 투입 일자에 맞춰서 출근을 하였다. 


전날에 잠 한숨도 못 자고 나간 것 같다.


정직원 때 프리랜서 개발자는 무조건 개발을 다 할 줄 아는 초고수 개발자들이라고 들었다.


나는 한 회사에만 오래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 특화된 기술만 알지, 10년 동안 내가 모르는 새로운 개발 기술이 많이 나와있었다.


정장에 노트북 하나 들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발길을 옮기는 게 마치 군대 가는 기분이 들었다.


첫 출근 날 면접을 보았던 PL 님이 마중을 나오셨고, 


간단히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본격적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계약기간은 6개월이며 기존에 업무하던 사람이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몸이 안 좋다며 철수하여 6개월 동안 무조건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나고 보면 프리랜서들이 정말 일 없을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온다는 땜빵 프로젝트였다.


대기업 프로젝트는 보안 서약서를 항상 쓰기 때문에 특정 대기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맡은 업무는 주문/결제 파트에서 결제 PG(Payment Gateway) 인터페이스 담당이었다.


뭔가 머리를 망치로 쌔게 맞은 기분이었다.


"뭐야 웹 개발이 아니잖아?!"



PG(Payment Gateway)


면접 볼 때 PL 님이 공공기관 프로젝트 언급했을 때, 그때 이니시스 PG를 붙였던 적이 있다.


PG 사라고 하면 결제 대행사 역할을 한다.


우선 PG사 연동을 하여 결제는 PG 사로 되며 승인 대사, 정산 대사를 하여 정확한 금액을 맞추고 PG 사에 건당 수수료를 지불하고 매출금액을 받는 구조이다.


이니시스, KCP, SMARTRO PG사 3곳에 여러 결제 상품을 인터페이스 하는 업무였다.


PG사들이 지원하는 Open API를 상품별로 시스템에 연동 개발하는 일이었다.



자존감 바닥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투입되자마자 나에게 할당된 업무는 55개였다.


업무적으로도 설명을 듣지도, 땜빵으로 뒤늦게 들어와서 개발구 조도 파악이 안된 상태였다.


정직원으로 있을 때는 순수 Java를 사용하였는데 


여기는 Spring을 사용한다고 했다.


언어는 같은 Java 언어이지만 좀 더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인 개발 방법이다.


일단 연동 업무다 보니 PG 사에 전화 통화를 많이 했다.


PG 사에서 지원하는 API 샘플대로 개발을 하고 연동이 되는지 우선 적으로 확인을 해야만 했다.


메일로 주고받기엔 답변이 너무 늦었고, 항상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서 진행했다.


제일 큰 문제는 내가 Spring 자체를 모른다는 거였다.


업무적으로 입으로 뱉을 수 있을 정도로 이해는 했지만 개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냥 나는 무지했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프리랜서로 첫 프로젝트인데 이유 불문 무조건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은 기간 6개월 동안 2달 동안 내가 연동해야 할 상품들에 대해 정리를 하고 API 샘플 소스만 취합해놓고 개발에는 손도 못 대고 있었다.


그 와중 개발 일정이 심각하게 밀리거나 근태가 안 좋은 프리랜서들이 바로 다음날에 잘려서 나가는 자기 짐, 장비를 챙겨서 나가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


나는 계속 불안에 떨면서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업무적으로 정리를 많이 해서 대화는 되는데, 개발이 안되는 이 현실이 진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정면돌파


투입한지 2달 정도 되었을 때, 내가 계약한 업체의 대표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최 이사님은 영업하시는 분이었고, 대표님은 따로 계셨다.


웃는 인상에 인자해 보이시는 할아버님 느낌이었다.


일은 잘되어 가고 있냐고 하시길래 제가 경험이 부족해서 개발이 마음대로 안된다 너무 힘들다고 하니 대표님께서 이쪽 바닥에서 10년 넘게 일했으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위로를 해주셨다.


나도 나름 정직원일 때 11년 중 연속 7년을 우수사원 표창도 받았었고 나는 어딜 가도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나도 당장 내일이라도 짐 정리해서 나가야 되는 상황이 올까 봐 상상만 해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번 자신감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계속 생각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


생각이 정리되었을 즈음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첫 번째, PG 사별 내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프로젝트 전용 담당자가 없었다.


맨날 통화하려면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월, 금요일은 통화량이 많아서 30분, 1시간을 기다리면서 콜센터에서 개발팀에 전화를 돌려서 소통을 했었다.


나는 고객(대기업 현업)에게 가서 나의 고충을 얘기했다.


"PG 사와 소통하는 게 너무 오래 걸린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나중에 오픈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응을 하려 해도 30분, 1시간 기다려야 한다.


오류 등급에 따라 대응하는 타깃 시간이 있는데 이대로는 정말 힘들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현업에서 나의 고충을 이해하며 PG 사에 공문도 보내고 조금?! 갑질을 해서 PG 사별 차세대 프로젝트 담당자가 지정이 되었다.


두 번째, 개발 속도에 대한 고민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공통 파트 개발자분에게 가서 거의 빌다시피 하면서 정말 죄송한데 Spring 구조에 대해 한 번만 설명해 달라고 했다.


한 회사에 10년 다녔다고 말하니 공통 파트 개발자 과장님이 나보고 별종이라고 했었다.


물론 무시하는 발언이지만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든 상관없었다.


구조와 소스 설명을 두세 번 듣고 나니 개발할 때 실수하는 확률이 줄어들면서 


일주일도 안돼서 개발하는 부분은 감을 잡았다.



정면돌파를 시도한 후 개발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지만 과연 내가 남은 4개월 동안 55개를 다 개발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