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껑열린 별똥별 Mar 12. 2022

미치도록 초밥 먹고 싶은 날!

Shizen Vegan Sushi Bar 체험기


고기에 환장해 본 적은 없지만, 해산물은 정말 나의 오랜 절친이었다.  처음 비건 지향의 길을 들어설 때도, 해산물은 절대 포기가 안 되는 품목 중 1위였다.  그래서 나의 비건 지향 첫 번째 commitment는  become a Pescaterian이었다.  고기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은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는  채식주의자!  어떤 일이든 본인의 의지와는 너무 강하게 반대되는 성향을 억지로 우긴다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나의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고기를 끊고, 유제품을 끊고, 달걀을 끊고... 2주 간격으로 조금씩 조금씩 내 몸과 타협을 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다면, 함께 하는 support group이 있었고, 책과 미디어를 통한 꾸준한 교육 과정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진득.... 히 변하는 과정이 몸 안에 차곡 차고 쌓이는 power도 무시 못함을 다시 한번 느낀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 끌고 끌고 또 끌어 온 해산물과의 작별 시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새우와 랍스터, 그리고 굴들과 친하게 지냈었는지,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묵상을 하는 시간에, 그들과 함께 했던, 신나고, 즐겁고, 맛있었던 시간들이 영화 보듯이 차르르 지나갔다.  그 마지막 ending 장면은 얼마 전에 보았던, "Seaspiracy"와 "The Cove"로 막을 내리면서, 해산물과의 작별도 아주 깔끔히 해결되었다면....  믿어지는가?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건강상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음을 인지하는 시점에서의 작별은 의외로 쉬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가끔은 입 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던 사시미와 다양한 초밥 롤들이 미치도록 당기는 날이 뜬금없이 생긴다.  하찮은 욕구라도 억누를수록 그 강도가 세지는 것처럼, 허벅지를 찌르며 참을 수 있는 고통을 넘어서려고 하는 날은 기쁜 마음으로 열릴 제끼고 가는 곳이 있다. 


몇 년 전 잡식을 하고 있을 때, 여러 명의 친구들과 San Frcancisco에서 유명한 음식점들을 한참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우리 중 채식주의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샌프란에서 제일 유명한 비건 초밥"이라는 title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Shizen이었다.   fish 없이 fish의 맛과 질감을 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구라"같기도 하면서도, 괜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때 친구들과 나누었던 소감은 " 정말 눈 감고 먹으면 맛은 비슷하긴 한데, 왜 여기 와서 가짜 초밥을 먹어?"였다.  


그런데, 얼마 전  캐나다에서 날라 온 완전 순종 비건 친구를 데리고 간 Shizen의 느낌은 정말 달랐다.   멍빈 든 천연 채식 재료를 사용해 만든 비건 초밥 롤 한점 한점, 동물성 제품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 야채 기름으로만 튀겨진 튀김, 따뜻한 차 한잔에까지 감사함이 느껴졌다.  "부수어획"으로 뜻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은 생선들이 함께 어망에 걸려 들어온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그들의 생명이 어의 없이 살해된다는 글을 보면서, 내가 먹는 연어와 참치 한 점을 위해 다른 8-9점의 생선들의 희생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뿌듯함에 괜히 기특함이 느껴지며 Shizen에서의 저녁이 더 충만 해 짐을 느낀다.  

#비건지향 #채식주의 #비건스시 # 동물사랑 

작가의 이전글 나 오미크론 걸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